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코멘트를 넘어선다. 인권과 국제법을 앞세운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방향성과 계산이 놓여있다.
이 대통령은 얼마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옥상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하고, “이게 사실이라면 어떠한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관련 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이어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으며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 내 생명과 재산만큼 남의 생명 재산도 귀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상황에서도 민간인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을, 가장 민감한 역사인 ‘홀로코스트’를 통해 되짚기도 했다. 이 발언은 즉각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도덕적 방패를 겨냥한 것.

이스라엘 측은 반발했지만,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단순 비판이 아니라, 국제 규범을 기준으로 한 공개 압박이다.
이 대통령은 논란 과정에서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고까지 표현했다. 이 발언은 자신의 메시지를 ‘외교 참사’로 규정한 국내 정치권과 일부 여론까지 겨냥한 것. 인권과 국익을 함께 고민하는데, 이를 단순한 외교 리스크로 몰아가는 단선적 시각에 대한 반박이다.
이 발언을 단순한 인권 메시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타이밍이다. 중동 전쟁, 이란 변수, 에너지 시장, 전후 재건까지 한꺼번에 움직이는 시점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구조상 중동 의존도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변수는 곧 경제 문제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둔 발언은 중동 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전후 재건 시장도 변수다. 전쟁이 끝나면 복구가 시작된다. 건설·플랜트·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는 크다. 결국 정치적 입장이 경제적 기회로 이어지는 구조다.
과거 1973년 박정희 정부가 친아랍 성명을 내고, 이후 중동 건설 시장에 진출했던 흐름과 겹쳐 보이는 이유다.
이번 발언은 인권과 실리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두 방향을 같은 축에 올려놓은 선택이다. 국제인도법과 인간의 존엄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동시에 중동 질서 재편 국면에서 한국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 겹쳐 있다.
일각에서는 외교 리스크를 지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실용주의 외교의 전형으로 본다. ‘실용주의자’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인권이라는 언어로, 국익의 좌표를 먼저 찍었다고 봐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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