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투어를 시작한 지 6년 반이 됐고 앨범이 나온 지는 4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투어를 준비한 마음가짐 그대로 앞으로도 좋은 무대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할 것입니다. 저희 곁에 있어 주세요.”
방금까지도 해맑게 웃던 지민의 얼굴에서 감동이 차올랐다. 팬데믹과 군백기를 거치는 동안 누구보다 팬들과 뛰놀고 싶었던 방탄소년단(BTS)의 갈증이 공기 중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누구나 “좋은 무대를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극한의 클래스를 증명한 BTS의 입을 통하면 그 진정성의 무게부터 다르다.
자칫 무뎌질 법도 한 기나긴 억압의 시간이었지만, 11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집어삼킨 BTS의 귀환은 섬뜩하리만치 완벽했다.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둘째 날 현장을 가장 압도한 것은 6만 명의 함성도, 화려한 특수효과도 아니었다. 바로 무대 위 7명 멤버가 뿜어내는 ‘차원이 다른 여유’였다.

공기부터 달랐다. 대형스크린에 비친 이들의 눈빛엔 1초의 긴장이나 무언가를 증명하겠다는 조급함조차 없었다. 6만 관객의 거대한 포효마저 철저히 계산된 자연스러운 배경에 불과했다. 안무를 틀리지 않기 위해 다음 동선을 계산하는 찰나의 머뭇거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뼈를 깎는 오랜 훈련이 세포 단위까지 완벽히 체화된 ‘무의식적 능숙함’의 경지다. 음악이 흐르면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잘하려고 치명적인 척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면을 쏟아낼 뿐이었다. 덕분에 BTS가 움직이는 궤적이 곧 정답이 됐다.
숨 막히는 칼군무 속에서도 멤버들은 각자의 스웨그를 뿜어내며 현장을 만끽했다. 묵직한 무게감으로 중심을 잡는 RM부터 가장 자유롭게 무대를 유영하는 지민까지, 7명의 멤버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처럼 각자의 뚜렷한 색채를 뿜어냈다.
무대 위를 즐기는 척 연기하는 누군가와, 무대라는 세계를 완전히 통제하며 즐기는 자들의 격차는 컸다. 150분간 1초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완벽한 앙상블은 이들이 왜 전 세계의 정점에 서 있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무대 위에선 인간계를 넘어선 기량을 뽐냈지만, 6만 아미(ARMY)를 마주한 멤버들의 내면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간절했다.
최근 라이브 방송 논란을 겪었던 정국은 큰절을 올리며 “보여드리는 모든 행동과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다. 진짜 몸이 부서져라 하겠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제이홉 역시 “첫 공연 후 무대 전달 방식에 대해 디테일하게 나눴다. 확실한 건 7명의 모습은 진심이라는 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과의 편안한 호흡도 돋보였다. 뷔가 “첫 공연 때 뒷목이 아팠는데 아미분들을 보니 통증이 사라진다”며 능청스레 근황을 전했고, 슈가와 진도 “스트레스를 다 날리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며 팬들의 행복을 챙겼다.
팀의 든든한 기둥인 리더 RM은 굳건한 정체성을 약속했다. 그는 “여기까지 다시 오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 많은 변화를 보여드리고 있지만, 7명이 이 일을 같이하기로 했다는 점과 여러분을 향한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이제 서른이 넘었고 15년째 함께하고 있는데, 한 번만 더 믿어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겸허히 고개 숙였다.

무대라는 세계를 완전히 통제하며 즐기는 자들의 압도적 기량, 그리고 15년을 함께해도 변치 않는 뭉클한 진심이 빛났다.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150분의 앙상블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궁극의 카타르시스’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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