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1. 0-7로 뒤진 7회말 1사 1,2루. 도미니카공화국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대한민국 소형준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쳤다. 침착하게 포구한 김주원은 부드러운 언더토스로 2루수에게 전달했고, 김혜성 역시 부드러운 턴 동작으로 1루에 송구했다. 결과는 세이프. 2사 1,3루에서 등장한 오스틴 웰스는 초구를 우측 펜스 뒤로 보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 0-3으로 뒤진 3회말 무사 1루.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밀어낸 타구가 중견수 오른쪽 깊숙한 곳에 떨어졌다. 이정후-김주원-박동원으로 이어지는 컷오프 플레이 때 1루주자 후안 소토가 냅다 홈으로 쇄도했다. 2회말 아쉬운 홈송구로 고개를 떨궜던 김주원은 완벽한 제구(?)로 반박자 빠른 딜리버리에 성공했다. 하지만 포수 박동원의 미트는 몸을 비틀듯 미끄러진 소토를 제때 터치하지 못했다. 경기 흐름을 장악한 쐐기점을 아쉽게 내줬다.
#3. 이제는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류현진은 LA다저스 입단 첫 해 시범경기 첫 출장 때 혼났다. 평범한 땅볼을 치고 1루로 터덜터덜 걷다시피 한 게 원인이다. 결과가 뻔한 플레이여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야구의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습관이 무섭다. 몸에 밴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좋은 쪽이면 더할나위 없지만, 스포츠 종목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대표팀 선수들도 이런 장면을 만들었다. 다음 동작은 염두에 둔 포구자세, 정확하면서도 빠른 연계 플레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습관이 보이지 않았다.
KBO리그 문화 때문은 아닐까. 여유있는 것과 나태한 건 한끝 차이다. 발이 아주 느린 타자가 친 땅볼을 잡은 유격수라고 가정하자. 포구 후 그립이나 송구자세를 정확히 점검하는 찰나의 여유를 부리는 것과 ‘아리랑볼’로 송구하는 건 차이가 있다.
타점 기회에서 평범한 내야 땅볼을 치고 아쉬울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1루까지는 비록 아웃이더라도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건 의무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보다 이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래도 되는 문화가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캡틴 이정후는 “내일, 오늘 경기를 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강조했다.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KBO리그 10개구단 선수들은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아직은 눈에 띄는 선수가 드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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