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K팝이 아직 국내와 아시아에만 머물렀던 시절, 김성규는 인피니트의 리더로 해외를 호령했다. 월드투어를 돌며 K팝 전성기를 이끌었던 2.5세대 대표 주자다. 솔로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도 그는 여전히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듣기 좋은 칭찬이나 과거 영광의 순간을 꺼내 들기라도 하면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성규는 “저는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자신의 노력보단 주위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2년 8개월 만의 컴백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음악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한 예술적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앨범명은 ‘오프 더 맵(OFF THE MAP)’이다. 지도에 없는 경로로 이탈하겠다는 의미, 즉 그간의 음악적 색깔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 가운데 김성규는 오랫동안 팬들이 원했던 넬 김종완과의 협업을 다시 한번 이루기 위해 부던히 애썼다. 직접 연락해 협업을 제안했고, 그의 프로듀싱을 받아 탄생한 타이틀곡이 ‘널 떠올리면’이다.
“오랫동안 넬의 팬이기도 하고, 제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밴드예요. 초창기 이후로 넬과 작업을 안 했었는데, 팬들이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다시 작업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죠. 녹음하는데 디테일이 다르더라고요. 한 음절마다 다양한 소리로 감정을 넣는 법을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넬은 색이 짙다. 김성규의 그것을 아우른다. ‘널 떠올리면’이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면, 자신을 위한 선물은 수록곡 ‘오버 잇(Over it)’이다. 그가 진짜 걷고자 하는 독자적인 음악적 방향성은 다름 아닌 ‘하드록’이다. 학창 시절부터 뮤즈(Muse)와 린킨 파크(Linkin Park)를 동경해 왔고, 뮤즈의 콘서트를 보며 펑펑 울었을 정도로 피가 끓는 ‘락돌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내고 싶고, 그 도전의 출발선이 바로 ‘오버 잇’이에요. 원래부터 강렬한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하드한 록을 꼭 시도해볼까 합니다.”
음악적 집념이 강한 만큼 앨범 작업 과정은 유독 험난했다.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 중 리얼한 연기를 펼치다 팔이 끼어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 숨 쉴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무대는 초인적인 힘으로 이겨냈다고 해도, 장기전에 돌입하는 녹음은 그야말로 초주검이었다.

“갈비뼈 골절과 감기몸살 속에서 앨범 녹음을 강행했어요. 숨쉬기조차 버겁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그림’이랑 ‘오버 잇’은 네 번이나 재녹음을 했어요. 굳이 오버해서 넘어지지 않아도 되는데, 리얼하게 연기하려다 갈비뼈가 나간 거예요.(웃음) 그래도 프로의식으로 해냈습니다.”
무대 위 지독한 근성만큼이나 다방면의 재능도 돋보인다. 브레인 서바이벌의 조상 격인 예능 ‘더 지니어스’ 시즌1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순발력과 예능감이 탁월하다. 아이돌 중 김성규만큼 예능적 활약이 뛰어났던 출연자는 드물다. 엄청난 성취를 이뤘음에도 그의 자세는 늘 굽어 있다. ‘데스노트’ L을 연기해서라고 하지만, 호평 앞에서는 운과 환경, 주위에 대한 고마움이 먼저 앞서는 마음이 자세로 드러난 거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전 운이 좋아요. 내향형이고 말도 잘 못해서 예능은 엄두도 안 냈어요. 그러다 펑크가 난 자리에 땜빵으로 SBS ‘강심장’에 나갔다가 반응이 좋아서 예능으로 이어졌죠. 넬과의 협업도 당시 울림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이어주신 거고요. 인피니트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됐는데, 그 당시에 그렇게 멋진 팀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좋은 분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전 아직 음악이 재밌거든요. 감사하게 받은 운을 즐기면서 계속 재밌게 해볼게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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