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설 연휴로 달아올랐던 극장가의 온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대형 상업영화가 주도했던 시즌을 지나 3월 극장가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작품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대신 각기 다른 색과 결을 지닌 영화들이 관객과의 조용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대작 중심의 흥행 구도가 형성됐던 시기였다면 봄 극장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시즌인 만큼 장르와 서사, 배우의 존재감으로 승부를 거는 작품들이 전면에 나선다.

4일 개봉하는 ‘우리는 매일매일’은 그 출발점에 놓인 작품이다. 故 김새론의 유작이자 배우 이채민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열일곱, 소꿉친구 오호수(이채민 분)의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시작되는 한여울(김새론 분)의 청춘 로맨스를 그린다.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지만 스크린 속 배우들의 풋풋한 에너지가 또 다른 감상을 예고한다. 지난 2021년 크랭크업한 작품으로 김새론의 마지막 교복 모습과 함께 지금은 대세 배우로 자리 잡은 이채민의 신인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의미를 더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매드 댄스 오피스’는 ‘갓생’을 자부하던 완벽주의 공무원 김국희(염혜란 분)가 인생의 균열을 맞이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염혜란과 최성은의 조합, 그리고 플라멩코라는 독특한 소재가 맞물리며 색다른 온도를 완성한다. 숨막히는 일상과 통제된 삶을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몸짓은 웃음과 위로를 동시에 겨냥한다.

11일에는 공포영화 ‘삼악도’가 관객을 찾는다.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를 감춘 사이비 종교의 비밀을 다룬 작품으로, CGV 단독 개봉을 확정했다. 신예 조윤서와 배우 곽시양이 호흡을 맞춘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잘못된 믿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 PD 채소연(조윤서 분)과 기자 마츠다(곽시양 분)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사회적 불안과 믿음의 왜곡이라는 소재를 결합하며 묵직한 긴장감을 예고한다.

이어 18일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화제를 모았던 시네 앤솔로지 ‘극장의 시간들’이 개봉한다. 이종필·윤가은·장건재 감독이 참여했다. 서로 다른 세 편의 단편이 하나의 주제로 묶인다.

극장이라는 공간, 그리고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각기 다른 인물들의 기억과 감정을 풀어낸다. 화려한 서사 대신 일상의 온도와 감정의 결을 담아내며 ‘시네마 러브레터’라는 표현에 걸맞은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3월 극장가는 다양한 얼굴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장르와 정서의 스펙트럼은 오히려 넓어졌다. 청춘 로맨스부터 휴먼 드라마, 공포, 앤솔로지까지 선택지는 풍성하다. 거대한 스케일 대신 이야기의 힘과 배우의 에너지, 소재의 개성이 전면에 놓인다. 봄 극장가 특유의 조용한 흐름 속에서 어떤 작품이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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