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양평=원성윤 기자] 회색빛 도시의 새벽, 묵직한 바리톤 음색이 공기를 찢는다. 8기통 엔진이 내뱉는 그르렁거림은 일상의 소음을 순식간에 음소거 시킨다. 내 앞에 서 있는 건 3세대 신형 포르쉐 파나메라 GTS. 포르쉐의 수많은 라인업 중에서도 ‘GTS(Gran Turismo Sport)’라는 배지는 유독 운전자의 심박수를 제어할 줄 모른다.

이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트랙은 전소미의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다. 테크토닉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강렬한 비트, 그리고 망설임 없이 미래의 연인을 향해 시간을 감아버리겠다는 당돌한 가사. 파나메라 GTS는 도로 위의 모든 지루한 과정을 ‘패스트 포워드’ 버튼을 누른 듯 생략하고, 오직 운전의 쾌락이라는 결말을 향해 직진한다.

◇ 1절: “I‘m your future lover” - 공기를 베는 관능적인 실루엣

파나메라 GTS의 자태는 ‘Future Lover’라는 가사처럼 매혹적이다. 짙은 그레이 컬러의 차체는 차가우면서도 뜨겁다. 전면부의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와 다크 틴팅 처리된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이 차가 평범한 세단이 아님을 암시한다.

자동차 공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파나메라 GTS는 공기와의 싸움에서 우아하게 승리한다. 이 거대한 덩치의 공기저항 계수는 대략 0.25~0.29(Cd)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단순히 매끈하게 깎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소미가 뮤직비디오에서 현란한 춤을 추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듯, 파나메라 GTS는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PAA)’ 시스템을 통해 공기의 흐름을 지휘한다. 특히 4-way 가변 리어 스포일러는 고속 영역에서 자동으로 펼쳐지며 다운포스를 생성, 뒷바퀴를 노면에 짓이긴다. 이것은 단순한 멋이 아니다.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기술적 몸부림이다.

◇ 후렴구: “Fast Forward” - 8기통 심장이 선사하는 시간 여행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는다.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터지듯,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이 500마력(PS)의 출력을 토해낸다. 제로백 3.8초. 이 숫자보다 중요한 건 감각이다.

“How many lovers do I go through (얼마나 많은 연인을 거쳐야 할까)”

가사처럼 우리는 수많은 차를 거쳐 결국 포르쉐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전기차의 디지털적인 가속감이 ‘스트리밍’이라면, GTS의 8기통 가속감은 잘 세팅된 턴테이블 위의 ‘LP판’이다. 터보랙을 최소화한 반응성은 운전자의 의도를 0.1초도 의심하지 않고 바퀴로 전달한다.

검은색 21인치 휠 안쪽의 붉은색 캘리퍼, 그리고 두툼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는 아스팔트를 움켜쥔다. 2챔버 2밸브 기술이 적용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기본형보다 10mm 낮아진 차체와 결합해, 코너를 돌 때마다 물리법칙을 비웃는 듯한 거동을 보여준다.

◇ 브릿지: 춤을 추듯, 그러나 우아하게

전소미의 노래가 레트로한 딥 하우스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듯, 파나메라 GTS는 내연기관의 정수를 현대 기술로 완벽하게 다듬었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뿜어내는 사운드 트랙은 인위적인 스피커 소리가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다. 코너링 도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엉덩이가 살짝 흐르는 듯하다가도,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가 개입하며 기가 막히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마치 격렬한 안무 뒤에 흔들림 없이 엔딩 포즈를 취하는 팝스타 같다.

뒷모습을 보라.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 스트립은 밤거리에서 가장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진 속 차량의 블랙 레터링(PORSCHE, Panamera GTS)은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리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 Outro: 되감기 버튼은 없다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고 싶은 강렬한 여운이 남는다. 전소미가 “Fast Forward”를 외치며 원하는 미래로 시간을 감았듯, 파나메라 GTS는 목적지까지의 이동 시간을 ‘삭제’하고 그 자리를 ‘희열’로 채웠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가장 빠른 타임머신이다. 8기통 엔진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 파나메라 GTS는 우리가 내연기관을 사랑했던 이유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다.

그러니 망설일 시간은 없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Fast Forward.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