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장흥=위수정 기자] 전라남도 장흥은 그 이름처럼 ‘길게 흥할(長興)’ 기운을 품은 땅이다. 억불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숲의 숨결은 탐진강을 지나 득량만의 푸른 바다와 유려하게 포개진다. 산과 강, 바다를 잇는 이 다채로운 동선은 장흥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웰니스 여행지’로 탈바꿈시켰다. 치유를 품은 숲, 의학에 기반한 테라피, 그리고 남도의 풍성한 미식까지. 장흥에서의 1박 2일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소비’가 아니라, 흐트러진 일상을 다듬는 ‘정비’의 시간에 가까웠다.


시선을 외부로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장흥126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날씨가 맑은 날엔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경 126도의 남쪽 출발점이라는 상징을 품은 이 공간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다. 통일과 평화, 화해의 메시지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아등바등 움켜쥐려 했던 일상의 고민들이 한낱 작은 점처럼 느껴지며 빠르기만 했던 삶의 속도가 누그러짐을 느낀다.


장흥 웰니스의 핵심은 의학적 근거를 갖춘 ‘의료 기반 치유’에 있다.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내에 자리한 전라남도 마음건강치유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단순한 스파나 마사지 체험을 넘어 스트레스 지수, 활성산소, 동맥경화도 등 정밀 검진으로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 정확히 진단한다.
결과에 맞춰 이어지는 약침 시술과 전신 크라이오테라피, 편백 온열베드 케어는 켜켜이 쌓인 피로를 과학적으로 걷어낸다. 장흥읍의 힐링테라피센터에서 진행되는 생약초와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 체질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은은한 약초 향이 공간을 채우고,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린다. 웰니스가 숲과 바다를 넘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생활 밀착형 치유로 확장되는 인상적인 순간이다.





해 질 무렵의 소등섬은 장흥 문학의 서정이 깃든 공간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의 배경이기도 한 이 작은 무인도는 썰물 때면 바닷길을 내어준다. 갯벌과 바다가 노을빛에 한 색으로 번져가는 찰나, 하루의 피로가 조용히 씻겨 내려간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자연의 위로다.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미식(美食) 경험에서도 장흥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한우의 농밀한 육즙,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 표고버섯의 탄력이 어우러지는 ‘장흥삼합’은 서로 다른 궤적을 살아온 재료들이 겹쳐지며 따로일 때보다 훨씬 입체적인 맛을 만든다. 바다와 숲, 들판이 한 접시에 모여 입 안에서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여정의 끝자락, 새콤한 양념과 쫄깃한 식감으로 미각을 깨우는 쭈꾸미초무침 한 접시 역시 장흥의 여운을 또렷하게 새긴다.




여행은 결국 ‘나를 찾는 과정’이다. 가장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고요한 숲과 호젓한 사찰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니스 휴식’이다. 천년 고찰 보림사의 400년 된 비자나무 숲길을 걸으며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분주하게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은 곳. 일상의 리듬을 잃어버린 당신이 지금 장흥행 티켓을 끊어야 하는 이유다. wsj011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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