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정다빈이 세상을 떠난 지 19년이 흘렀다. 짧았던 생의 끝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끝에 자살로 결론 났지만, 유족의 시간은 그 결론에서 멈추지 못했다.

정다빈은 2007년 2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남자친구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6세. 당시 타살 의혹이 제기됐으나, 외부 침입 흔적이나 폭행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남자친구의 진술 등을 토대로 경찰은 자살로 판단했다.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까지 진행됐지만 국과수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유족, 특히 어머니는 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고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사망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차기작 촬영을 준비 중이었으며 여행 일정과 병원 예약도 남아 있었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후 모친은 2009년 tvN ‘특종의 재구성’에 출연해 접신을 시도했다.

영매를 통해 전달됐다는 고인의 방송중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딸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는 부모의 절박함은 이해를 받았지만, 방송이 미신적 요소를 사실처럼 소비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해당 접신 방송은 결국 한국여성민우회가 선정한 ‘이달의 나쁜 방송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민우회는 “고인의 의지와 무관한 초현실적 현상을 소재로 삼아 선정성을 강화했다”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심령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흐렸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비극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에는 미혼으로 세상을 떠난 딸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는 뜻으로 ‘영혼 결혼식’이 진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학적 기준에서 볼 때 미신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이 어떤 지점까지 몰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다빈의 죽음은 법적으로는 자살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접신과 영혼 결혼식은 진실을 밝히는 행위라기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실 앞에서 무너진 부모가 선택한 마지막 애도의 방식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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