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십수 년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상대로 방송사업매출액을 기준으로 음악사용료를 포괄 징수해 온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다 29일 법원은 음저협이 2024년 한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상대로 법인과 대표이사 개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재판부는 개별 음악저작물의 실제 사용 여부와 사용 범위, 손해액 산정의 객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고 채널에서 원고가 신탁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나, 어떤 음악저작물이 어떤 프로그램에서 어느 범위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특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서도 “내부 기준에 따라 산정되었을 뿐, 실제 사용량과의 객관적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음저협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음악사용료 징수 방식에 대해 사법부가 처음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개별 음악의 사용 사실에 대한 입증 없이 방송사업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포괄적 청구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2025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음저협의 음악사용료 징수 구조와 관련해 중요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음저협이 음악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범위는 자신이 신탁 관리하는 음악에 한정되며, 관리하지 않는 음악까지 포함해 사용료를 청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특히 방송사업매출액을 기준으로 음악사용료를 통합 산정·청구하는 구조가 거래상 지위를 바탕으로 중소 방송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음악 사용 여부나 관리 대상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일괄 징수가 이뤄질 경우, 과도한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 판단과 사법 판단이 연이어 나오면서, 음저협이 2013년 이후 관행적으로 운영해 온 징수 구조 전반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음저협이 음악사용료 징수 규정의 핵심 요소인 △방송사업매출액 기준 △조정계수 △징수요율 △관리비율을 규정 취지와 다르게 적용하면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계약서를 기준으로 중소 PP에게 계약 체결을 요구해 온 구조가 2025년 징수 규정 변경 절차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이러한 징수 구조가 실제 창작자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용 리스트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수된 음악사용료가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배분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장기간 징수된 음악사용료 가운데 실제로 해당 방송에서 사용된 음악의 창작자에게 얼마나 배분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징수 방식뿐 아니라 배분 구조의 투명성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저협의 징수 규정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접수해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련 공문 제출 이후에도 명확한 기준 제시나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이 경과한 점을 지적하며, 정책 대응 속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PP협회 안승현 회장은 “공정위가 관리 범위에 한정된 징수 원칙을 제시했고, 법원이 개별 사용 사실에 대한 입증 없는 포괄 청구에 제동을 건 만큼, 이제는 행정 당국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2013년부터 이어져 온 징수 관행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과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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