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하이브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이 1년 전 제기된 ‘탬퍼링(계약 만료 전 접촉)’ 의혹에 대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민희진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28일 서울 종로구 교원종각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민희진 탬퍼링’은 사실이 아니다. 뉴진스 멤버 한 명의 가족과 주가조작 세력이 결탁한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의 배경에는 소송이 자리한다. 민희진 측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달 30일,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주도 및 탬퍼링 혐의로 그에게 1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을 앞두고 자신에게 씌워진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 서둘러 알리바이 입증에 나선 모양새다.

◇ “박정규 누군지도 몰랐다” VS “우리 서로 잘 알았잖아”

이날 회견의 핵심 쟁점은 지난 2024년 9월 30일 있었던 소위 ‘다보링크 회동’의 성격이다. 민희진과 다보링크 박정규 회장과의 만남으로, 민희진 측은 이를 ‘작전 세력에 의한 피해’로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뉴진스 멤버 A양의 아버지가 ‘내 형(큰아버지 이 모씨)이 인맥이 넓다’며 박정규라는 인물을 소개했다”며 “민 전 대표는 멤버 가족을 믿고 나갔을 뿐, 박정규의 주가조작 전력이나 다보링크라는 회사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화살을 하이브로 돌렸다. 김 변호사는 “만남 이틀 전인 9월 28일, 하이브 이재상 대표가 먼저 다보링크를 언급하며 만나지 말라고 했다”며, 하이브가 사전에 다보링크 측의 민희진 접촉을 인지하고 이를 방조한 뒤 탬퍼링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앞선 보도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5년 1월 텐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박정규 회장은 “만남 전, 멤버 큰아버지가 전화를 걸자 민 전 대표가 스피커폰으로 ‘아버님, 이야기 잘 되셨어요?’라고 물었다”고 폭로했다.

디스패치 역시 민희진이 회동 당시 “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등 구체적인 탈출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탬퍼링 논의는 없었다”는 김 변호사의 해명과는 결이 다른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민 전 대표가 어도어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처가 아닌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 1년 묵은 해명, 재판용 ‘면피’…효과 있을까?

이날 민희진 측 주장을 종합하면, ‘작전 세력’인 줄 모르고 만났다가 뒤늦게 박정규 회장 등을 손절했다는 설명이다. 뉴진스를 이용해 주가를 띄우려던 그들의 계획을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인터뷰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이번 해명 자체가 ‘자충수’의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천억 원 가치의 IP(지식재산권)를 책임지는 레이블 대표였던 민희진이 신원이 불분명한 외부 투자자를 검증 없이 만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이다. 고의성을 부정하려다 경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자백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100억 소송을 앞두고 나온 ‘모르쇠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멤버 다니엘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뉴진스가 와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온 민희진의 ‘뒷북 해명’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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