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출발부터 불안하다. SBS 금토드라마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모범택시3’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후속작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역대 최저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8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6일 첫 방송된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1회는 전국 기준 3.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가 금토드라마 라인업을 구축한 이래 역대 최저 첫 방송 시청률이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 방영된 2회는 1회보다 1.0%포인트 떨어진 2.7%까지 주저앉았다.

가장 큰 패착은 전작과의 장르적 미스 매치로 분석된다. 최고 시청률 14.2%를 찍으며 종영한 ‘모범택시3’ 시청자들은 사회 정의 구현을 내세운 무지개 운수의 ‘사적 복수 대행극’에 열광했다. 하지만 SBS는 후속작으로 가벼운 ‘구미호 로코’를 내세웠고, 결과적으로 기존 시청층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현실을 배경으로 한 화끈한 액션과 카타르시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인간이 되기 싫은 구미호’라는 판타지 설정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SBS에서 갈 곳 잃은 시청자들은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판사 이한영’으로 발길을 돌린 분위기다. 실제로 지성 주연의 ‘판사 이한영’은 ‘모범택시3’ 종영 직후 2회 연속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기존 자체 최고 시청률이 5.8%였음을 감안하면, ‘모범택시3’ 시청자 상당수가 ‘판사 이한영’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연 배우들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인공 구미호 은호 역의 김혜윤은 특유의 통통 튀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역인 로몬 역시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강시열이라는 배역을 소화하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남궁민, 고현정, 이제훈 등 그간 SBS 금토극을 이끌어온 대형 배우들에 비해, 두 주연의 투톱 케미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서사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치명적이다.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틀은 SBS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수없이 반복된 클리셰다. 불과 지난해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에서도 다뤄졌던 익숙하고 올드한 구도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의 박찬영, 조아영 작가의 전작은 MBN ‘최고의 치킨’이었다.

남은 회차에서 초반의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지금 같은 전개라면 ‘판사 이한영’으로 넘어간 시청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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