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강조한 ‘신인의 자세’

“장점 나열은 목표가 아니다” 따끔한 질책과 조언

한국 야구의 미래를 향한 이대호의 진심

이대호 “생각이 바뀌면 내가 바뀐다”

[스포츠서울 | 대전=박연준 기자] “목소리가 너무 작다.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부딪쳐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4)가 단상에 올라서자, 장내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후배들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압박은 신인 선수들에게 그 어떤 기술적 가르침보다 강렬한 울림을 남겼다.

이대호는 1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 ‘선배와 만남’ 강연자로 나섰다. 한국 야구의 전설을 마주한 신인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 단상에 오른 이대호는 부드러운 덕담 대신, 프로 무대의 냉혹함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태도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강연의 첫 마디는 ‘준비’였다. 이대호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부지런함이 신인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핑계를 찾기보다 더 빨리 움직여서 준비해야 한다. 오늘 내가 어떤 연습을 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야구장에 나서야 한다”며 “미리 준비된 상태여야, 코치진과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훈련의 밀도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운동장을 열심히 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대호는 야구장 밖에서으ㅏ 행동, 즉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역설했다. 그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늘 말조심해야 한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SNS 활동에 대해서도 “내가 올린 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며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외에도 선수들의 질문을 직접 듣고 답해주는 등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한화의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자인 오재원은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슬럼프 극복에 대한 선배님의 답변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대호 선배님의 말씀을 통해 신인답게 운동장 안팎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설적인 선배의 위엄에 눌린 탓인지 선수들의 질문이 적극적으로 쏟아지지 않았다. 이대호 역시 이 대목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당황스러웠다. 나 어렸을 때는 여러 질문을 막 던졌다.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시대가 변했다. 선배가 앞에 있다 보니, 후배들이 경직된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내가 하는 말들이 자칫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질문 답변 시간을 길게 가져가려 노력했다. 결국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이 자기 것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호가 후배들에게 ‘불호령’에 가까운 압박을 가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야구의 기초를 다질 신인들이 더 단단해지길 바라는 진심에서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내 강연을 듣고 단 몇 명이라도 생각을 바꿔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이 곧 한국 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며 후배들의 성장을 격려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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