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방송에 내 인생을 다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게 공중분해 됐다.”

방송인 정선희가 남편 故 안재환과의 사별 후 겪어야 했던 처절한 아픔을 17년 만에 담담히 털어놨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결혼 1년 만에 찾아온 비극과 대중의 차가운 시선은 그를 세상으로부터 숨게 만들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에 출연한 정선희는 상담가 이호선, 아나운서 이재용과 함께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정선희에게 지난 2008년은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2007년 배우 안재환과 결혼하며 축복받았으나, 불과 1년 만에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녀를 덮친 건 대중의 무분별한 비난과 악성 댓글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때는 방송 일에만 매진해 살았다. 어떤 만남보다 방송이 우선이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별 직후 쏟아진 논란들은 그가 일궈온 모든 커리어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정선희는 “내가 일군 땅이 진짜 내 것이었나 하는 회의감이 들더라”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정선희의 삶의 방식마저 바꿨다. 동료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과 달리, 정선희는 철저히 사적인 영역을 감추는 ‘거리두기’를 택했다.

그는 “만약 다음 기회가 있어 살아간다면 온전한 ‘내 것’을 갖고 싶었다”며 “SNS를 하지 않는 이유는 집이나 가족처럼 내가 숨 쉴 공간마저 사라지면 못 견딜 것 같아서다. 타인의 반응과 무관한 나만의 기쁨이 나를 살리는 양분”이라고 고백했다. 세상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생존 본능이었던 셈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어머니였다. 정선희는 “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팔자가 세다’, ‘팔자가 꼬였다’며 악플을 쏟아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팔자’ 탓을 하지 않았다고. 그는 “엄마는 오히려 ‘너는 예전부터 특별했다. 네가 부족해서 절뚝이는 그 걸음조차 특별하다’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긴 터널을 지나온 정선희는 이제 조심스럽게 새로운 행복을 꿈꾸고 있다. 이재용 아나운서의 응원에 그는 “결혼은 아니지만 연애는 할 거다. 65세부터 즐겨야지”라고 농담 섞인 진심을 전하며, 아픔을 딛고 한 발짝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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