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식물이 가득한 커피숍 사장을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면서 내일을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인간적이다. 그를 따르는 하나뿐인 혈육, 사랑하는 여자친구, 무슨 일이든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 비교적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올바른 성정을 가진 건실한 청년이 하루 아침에 살인 용의자가 된다. 모든 정황이 그를 가리킨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 속 지창욱의 연기한 박태중이 처한 현실이다. 감옥에 들어가선 폭력 속에서 살아간다. 동생은 자살로 위장 살인 당했다. 지옥과 다름 없는 삶이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삶이 조종당한 것을 알고 복수심을 키운다.

지창욱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숙제였다. 태중이란 인물은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알 수 없는 강자의 나쁜 사람에게 당해서 나락까지 갔다. 태중이가 얼마나 밑바닥까지 가느냐에 중점을 뒀다. 그래야 나중에 요한(도경수 분)을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연기 잘하기로 정평이 난 배우지만, ‘조각도시’에서의 폼은 정점에 다다른 수준이다. 파국을 맞이한 인생에서 점점 무너지는 지점을 잘게 쪼개서 표현했다. 지창욱의 고통스러워 하는 얼굴에는 장면마다 강도의 차이가 있었다. 매우 완벽한 설계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회의를 많이 했어요. 최대한 그 상황에 몰입하고 싶었어요. 사실 상투적인 면이 있잖아요. 정공법으로 밀어부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맛을 어떻게 깊고 맛있게 만들어내냐’가 포인트였어요. 피폐하다 못해 자기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기는 상황에 놓여요. 그런 진폭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했어요. 완벽하고 싶었죠. 제 연기도 연기지만, 편집이나 의상,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액션은 도가 텄다. 주먹질은 물론 자동차나 오토바이, 모든 액션이 눈부시다. 주먹을 내던지는 몸부림 안에 감정이 서려 있다. 분노와 울분이 느껴진다. 액션은 또 다른 감정 연기라는 공식을 수행했다.
“정말 힘든 작품이었어요. 액션도 많았고, 준비 기간이나 촬영 기간도 길었어요. 저는 액션이 정말 싫어요. 그만하고 싶어요. 잘하는 거랑 별개로 그만하고 싶은데, 계속 제안이 들어와요. 최근에도 액션물이 들어와서 거절했어요. 스스로 제 장점을 말하는 건 낯간지러운데, 노력은 정말 많이 했어요.”
디즈니+의 적자다. ‘최악의 악’ ‘강남 비사이드’ ‘조각도시’까지 연이어 작품에 출연했다. 역대급 흉년을 겪고 있는 콘텐츠 업게에서 꾸준히 대작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다. 영화 ‘군체’에 이어 넷플릭스 ‘스캔들’(가제), JTBC ‘인간X구미호’(가제), 디즈니+ ‘메리 베리 러브’(가제), 중국 후난방송 ‘나의 남신’까지 차기작이 줄줄이 이어진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아 이런 기회를 받는 것 같아요. 한 직업을 몇십 년씩 하신 분들에 대한 리스펙이 있어요. 풍파가 있었을 텐데, 끈기와 꾸준함, 성실함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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