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기술로 만나는 강원 땅의 역사와 문화, 강원의 삶과 이상향
(브랜드존) 몰입·체험·지도 영상 3건 및《해산도첩》 등 31건 31점 (강원의 근세실) 단종 어보〉(보물) 등 93건 233점

[스포츠서울ㅣ춘천=김기원기자]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수경)은 상설전시관 ‘금강산과 관동팔경’ 브랜드존과 강원의 근세실을 새단장했다. 조선시대 강원도를 ‘이상향’의 땅과 ‘현실’의 땅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강원 최고 명승지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보고 느낀 기억과 강원인이 강원 땅에서 만들고 지켜온 삶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금강산과 관동팔경’브랜드존- 보고 느낀 것, 보여주고 싶은 것 전달하기
‘금강산과 관동팔경’ 브랜드존은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연상시키는 조선 19세기 산 모양 문방구로 시작한다. 조선시대와 근대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찾은 사람들이 남긴 글과 그림, 이 지역 지도와 사진을 전시해 ‘보고 느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한다.
금강산 풍경과 인상을 명료하게 기술한 17세기 문인 김창협(金昌協, 1651-1708)의 『농암집(聾巖集)』과 금강산과 관동팔경 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포착한 19세기 화원화가 김하종(金夏鍾, 1793~1878 이후)의 그림을 모은 《해산도첩(海山圖帖)》으로 조선시대 유람 기록 방식을 보여준다.
태백산맥을 따라 펼쳐진 금강산 지형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19세기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복제품과 20세기 초 철도와 자동차 도로, 호텔과 스키장 등 관광 편의시설을 홍보하는 금강산 관광 지도와 엽서를 전시해 시대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 보여주기 방식의 변화를 제시한다.

‘강원의 근세실’- 강원의 땅에서 펼쳐진 강원인의 이야기
‘강원의 근세실’은 강원 사람이 쓰고 남긴 물건들, 이 땅의 좋은 흙으로 만든 백자, 이 땅에 서린 조선 왕실의 자취, 이 땅과 우리나라를 지킨 항일의병과 6·25전쟁 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먼저 ‘땅에서 찾은 강원인의 삶’에서 그릇, 수저, 장신구 등을 전시해 조선 전기 강원 사람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사용했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 무덤에 묻었는지 보여준다.(도5) 이번 새단장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소장품이 여럿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근봉(謹封)’이 새겨진 청동 인장〉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이 인장은 원주 반곡동 무덤 출토품으로, “삼가 봉합니다”라는 문구를 편지 봉투 겉면에 찍을 때 사용했다. 드물게 발견되는 조선 전기 인장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강원의 흙으로 빚고 쓰다-양구백자’에서 조선 왕실 백자의 원료였던 양구백토로 빚은 근대 양구백자를 조명한다. 2008년 국립춘천박물관이 발굴한 양구 칠전리 가마터에서 나온 백자 조각들을 선별 공개해,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 백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지역 수요에 맞게 장식 기법을 새롭게 고안해 제작한 양구백자의 양상에 주목한다.
‘땅 위에 스민 강원인의 삶’은 지역사회가 기증한 〈강원반〉, 〈강원도 반닫이〉 등 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을 전시해 산과 나무가 많은 강원의 자연을 활용한 삶의 방식과 이를 소중히 간직하고 나눈 강원인의 기증 정신을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지키려는 의지, 지켜낸 땅’에서 강원 땅을 지킨 항일의병의 무모하지만 고결한 정신과 6·25전쟁 초 반격의 단초를 마련한 ‘춘천대첩’, 치열한 고지전에 주목한다. 남녀노소 신분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이 땅을 지켜낸 사람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새로운 기술로 살아난 이상향의 풍경 -‘금강산과 관동팔경’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 경험을 제공하고 이 지역의 이해를 높이고자 몰입·체험·지도 영상 3건을 새로 제작했다.
첫 번째 몰입형 영상 〈기억 너머, 금강산을 그리다〉는 조선 선비의 기억 속 금강산 유람 여정이 약 6m 너비의 곡면 스크린에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이다. 백여 편 이상의 조선시대 유람기를 바탕으로 내금강에서 외금강, 해금강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김하종의 《해산도첩》 수록 그림을 토대로 18~19세기 그림, 20세기 초 사진, 현대 구글어스(Google Earth) 지형 정보를 활용해 한 장면씩 새로 제작했다.(도10) AI 기술로 표현의 정확도를 높였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찰 정양사의 누각 헐성루의 기초 구조를 AI 기술로 추정한 뒤, 기록·전통 건축 자료로 보완해 일러스트로 헐성루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장관을 완성했다.
두 번째 〈금강산 맞춤여행소〉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조선과 20세기 초 금강산 여행 코스를 제안하는 체험형 영상이다. 평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을 활용한 영상으로, 조선의 선비와 20세기 탐험가 캐릭터가 관람객을 여행으로 이끈다.(도12) 체험 결과를 개인 휴대기기로 받아볼 수 있다. 세 번째 〈한눈에 보는 지도〉는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지명과 지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이다. 주요 명소의 위치와 특징을 살린 일러스트 지도 위에 프로젝션을 더하여 조선시대와 20세기 초 여행자의 의복, 교통수단과 편의시설의 변화를 보여준다.
강원도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번 상설전시실 새단장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기술로 강원의 문화유산을 친근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강원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 땅의 문화유산이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지켜져 왔음을 돌아보고, 이 땅의 과거가 우리가 딛고 선 시간과 공간에 연결되어 있음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acdcok40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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