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F 3관왕 수상작…‘시를 노래하는 자’ 역
가장 자신 있는 춤으로 완성한 무대…동료들의 ‘힘’
16일 예스24스테이지 2관 개막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여성 댄스크루 코카앤버터의 리더 리헤이(35·본명 이혜인)가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그의 앞에 댄서·안무가·댄스 트레이너·교수 등 댄스와 관련한 수많은 직함이 붙듯, 해당 분야에서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다. 음악과 안무와 한 몸이었던 그의 행보에 뮤지컬 장르가 추가된 건 어색하지 않다.
리헤이는 15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시지프스’ 프레스콜에서 뮤지컬 장르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와 각오, 그리고 연습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처음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은 ‘시지프스’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와 엮어 뮤지컬의 색깔을 입힌 작품이다. 앞서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3관왕을 수상하며 대학로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극이기도 하다.
‘시지프스’는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삶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4명의 인물이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극 중 리헤이가 연기할 ‘포엣’은 ‘시를 노래하는 자’라는 뜻으로, 극 중 젠더프리 연기까지 펼치며 역할의 경계를 허문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초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시지프스’는 일 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리헤이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는 ‘언노운’ 역 강하경과 ‘클라운’ 역 박유덕을 제외하고 모두 DIMF부터 작품을 이끌어온 이들이다.
‘시지프스’는 모티프로 한 소설부터 심오함이 내포돼있어, 단번에 완벽한 작품 해석이 어렵다는 평도 있었다. 그런데 리헤이는 안무가가 아닌 배우로서 무대에 오른다. 작품에서 전하는 ‘고뇌’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찾아 떠난다.
리헤이는 댄스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리더이자 스승으로 불린다. 하지만 처음 발을 내딛는 뮤지컬 장르는 어쩔 수 없이 낯설고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은 도전이었다.
춤에 익숙한 리헤이를 위한 스태프들의 세심한 배려가 굳어있던 그의 몸을 유연하게 풀어줬다. 리헤이는 “내가 오랫동안 춤을 춘 것을 알기에 장면의 상황들을 춤으로 비유해서 현실적으로 다가와줬다. 특히 김병진 안무감독님이 움직임 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추정화 연출님도 모든 걸 생활에 빗대어 극에 적응하도록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리헤이가 뮤지컬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우들의 정신적 주입식 교육도 이어졌다. 이는 무대에 대한 그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조환지 배우는 지나가면서도 나에게 ‘누나는 누구? 움직임을 잘하는 배우’라고 가스라이팅했다. 같은 역할을 맡은 박선영과 윤지우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실에 나와 함께해줬다”라며 “댄스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빼고, ‘댄서’ 리헤이가 아닌 ‘배우’로 바라봐준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출연하며 ‘범접’ 멤버로서 한솥밥을 먹은 아이키(36·본명 강혜인)의 따끔한 조언도 리헤이에게는 배우로서의 태엽을 돌리는 원동력을 불러일으켰다. 아이키는 지난 여름 뮤지컬 ‘프리다’로 뮤지컬 배우로서 먼저 영역을 넓힌, 해당 분야에서는 그보다 선배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아이키 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는 ‘가면 알아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다 알려줄 것이니, 가사나 외워서 가라’고 하더라”라며 “언니도 뮤지컬 ‘프리다’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춤이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관객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리헤이 자신에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춤을 오래 췄지만, 열정을 다시 찾고 싶었다. 작품 속 인물과 같이 돌을 굴리고 무언가를 했을 때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라며 “추정화 연출님을 만나서 노래하던 순간 진짜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 입시 시절의 내 모습이 비치는 것 같았다. 삐걱대긴 하겠지만, 열정을 찾고 싶다. 역할을 잘 세워서 달려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무너진 세상에 남겨진 4명의 배우가 새로운 희망의 날을 완성하는 ‘시지프스’는 오는 16일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개막해 내년 3월8일까지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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