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감정 담은 캐릭터들의 등장

폐허 속 고뇌·노래·승화·희망 노래

16일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개막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2024년 새로운 명작의 등장을 알린 창작 뮤지컬 ‘시지프스’가 일 년 만에 재연 무대에 오른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무대화한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받을 이야기지만, 각 인물이 전하는 복합적인 서사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와 뮤지컬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 버려진 4명의 배우가 극적인 삶에 대한 열망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그려낸다.

작품은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아성크리에이터상·여우조연상 등 3관왕에 차지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 후 2년 연속 관객을 만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행을 반복하는 시지프스의 삶과 배우로서의 인생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이방인’이라는 같은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철학적 무게감을 덜어냈다. 대신 작품만의 독특한 개성과 위트를 탑재해 인물 간의 고뇌와 결단의 여정을 완성한다.

‘시지프스’에는 ▲고뇌를 수행하는 자 ‘언노운’ ▲시를 노래하는 자 ‘포엣’ ▲슬픔을 승화하는 자 ‘클라운’ ▲별을 바라보는 자 ‘아스트로’ 등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무너진 도시 속에 남겨진 배우들이 각각의 4가지 감정을 담아 본인의 역할을 무대 위에서 펼친다.

조환지·윤지우·임강성·이후림은 15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시지프스’ 프레스콜에서 각자 맡은 인물의 성격을 소개했다.

배우들은 작품의 선두 지휘하고 있는 추정화 연출에게 “각 배우의 이름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결국 인물을 완성한 건 배우들의 몫이었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언노운’ 역의 조환지는 “배우는 정해지지 않은 모든 인물이 될 수 있다”라고 운을 띄었다. 이어 “‘고뇌하는 자’를 뜻하는 바와 같이, 4명 중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괴로워하고 번뇌한다”라며 “모든 사건의 구심점에 서 있고, 화자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모든 사건·문제·생각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최후에 누구보다 가장 큰 형벌을 수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여성 멤버로 등장하는 ‘포엣’ 역의 윤지우는 “시인의 역할이지만, 배우와 닮은 이름이 스며들도록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며 “시는 자아·삶·감정 등 어떤 것이든 영감을 얻어서 문자로 구현한다. 배우 역시 문자를 통해 영감을 얻어 감정 연기와 말로 표현한다. 이러한 점이 시인과 배우가 닮았다”라고 덧붙였다.

‘시지프스’로 데뷔해 DIMF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윤지우의 역할 해석은 심오하게 다가왔다. 그는 “시인은 시대상 몽롱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작품에서는 진취적이고 혁명적인 성격을 주고 싶었다”라며 극 중 젠더프리 연기에 대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레몽’ 역을 맡은 것도 무대 위에서는 성별과 상관없이 연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DIMF의 역사를 함께 이끄는 ‘크라운’ 역 임강성과 ‘아스트로’ 역 이후림은 각자 역할의 돋보이는 비주얼을 강조하며 내면의 섬세함을 꼬집었다.

임강성은 “‘크라운’은 냉철하고 비관적인 외모를 보이지만, 뜨거운 가슴을 가진 인물이다. 4명의 배우 중 가장 돌을 굴리고 싶어 한다. 마지막 순간 돌을 정점에 올려놓았을 때 가장 기뻐하는 모습을 포착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후림은 “말 그대로 ‘별’이다. 극 중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며 우리처럼 꿈꾸는 신인배우의 역할을 담아내려고 한다”라면서도 “다른 3명의 캐릭터와 다른 점은 키도 크고, 반짝이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매력이다. 별을 받은 것처럼 열정과 신선함, 순수함을 가득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해 연기하고자 한다”라고 소개했다.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 ‘시지프스’는 오는 16일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개막해 내년 3월8일까지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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