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한화생명 3-2 꺾고 첫 케스파컵 우승
새로 합류한 ‘페이즈’ 김수환 맹활약
5세트 제리로 우승 견인…결승 MVP 선정
“내년에도 더 많이 이겨서 팬들 웃게 해주겠다” 각오

[스포츠서울 | 상암=김민규 기자] “(이)상혁이 형이 우승하자고 했는데, 현실이 됐어요.”
운명의 마지막 한판,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T1은 왜 자신들이 ‘왕조’인지, 마지막 순간에 강한 팀인지, 22분이라는 짧고도 압도적인 시간 안에 증명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로 합류한 ‘페이즈’ 김수환(20)이 있었다. 경기 전 “우승하자”던 ‘페이커’ 이상혁의 말은 막내의 손에서 현실이 됐다.
T1은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LoL KeSPA컵’ 결승전에서 한화생명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창단 첫 케스파컵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5세트는 T1의 완승이었다. 전장의 주도권과 심리전, 그리고 기세까지. 단 한 순간도 T1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결승전 MVP는 김수환이 선정됐다. 5세트, 제리로 전장을 쓸어 담았다. 그는 “MVP를 받아 너무 기쁘다. 형들이 너무 잘해줘서 즐겁게 경기했다”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도 더 많이 이겨서 웃게 해주겠다”고 다부진 소감을 밝혔다.

올시즌 중국(LPL)에서 뛰었던 그는 지난달 스토브리그를 통해 T1에 합류하며, 커리어의 새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LCK) 무대 복귀와 함께 거둔 ‘케스파컵 우승’은 그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상징적 순간이다.
이날 T1은 결승 초반부터 기세를 잡았다. 1세트에서 운영·한타 모두 압도했고, 2세트에선 24분 만의 스피드 ‘승리’로 한화생명을 흔들었다. ‘페이즈’와 ‘케리아’ 류민석의 바텀 듀오는 불을 뿜었고, ‘도란’과 ‘오너’, ‘페이커’가지 상체 라인은 전장을 지배했다. 세트 스코어 2-0, T1이 결승을 향해 질주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벼랑 끝에서 3세트를 따내며 흐름을 되살렸다. 4세트는 난전 그 자체였다. 1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총합 18킬이 터지는 초반 혈투, 한화생명이 ‘화력전’에서 앞서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결승은 결국 ‘운명의 끝장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리더의 한마디에 막내가 완성했다. 5세트 첫 킬을 만든 건 ‘페이커’였다. ‘제카’ 김건우를 끊어내며 경기의 축을 잡았다. 여기에 ‘오너’ 문현준의 녹턴은 정확한 타이밍에 불을 끄며 한화생명을 암흑에 가뒀다.
바텀에서는 ‘페이즈’와 ‘케리아’의 제리·유미 듀오가 길목을 차단하며 상대를 제압했다. 초반부터 T1의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14분 만에 글로벌 골드 4000이상 차이가 났고, 20분 전에 1만 골드까지 벌어졌다. 킬 스코어는 16대 1.
그야말로 왕조의 퍼포먼스였다. 제리·유미 듀오가 전장을 굴러가는 전차처럼 밀어붙였고, 녹턴은 맵을 암흑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본진 한타, T1은 흔들림 없는 마무리로 2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5세트 제리·유미 조합 선택에 대해 김수환은 “루시안·나미 상대로 뭐 할지 고민하다가 제리·유미를 골랐다. 잘 맞기도 하고,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젠지에서 T1을 상대하던 시절과 실제로 T1에 합류한 뒤의 차이를 묻자, 그는 “T1을 상대하면서 느꼈던 결이 실제로 함께 게임해보니 비슷했다”며 “팀이 어떤 스타일을 하든 그 안에서 내가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페·페(페이커·페이즈)’ 형제가 완성한 현실. T1의 첫 케스파컵 우승은, 막내 원딜 김수환이 앞으로 쓸 새 시대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