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김영대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끝으로 20대를 마무리했다.
‘친애하는 X’는 백아진(김유정)의 파멸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의 뒤틀림과 숨겨진 욕망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김영대는 극중 백아진을 지키고자 지옥을 선택한 윤준서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단단하지만 내면은 무너져 있는 윤준서의 감정을 섬세한 리듬으로 표현해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 작품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김영대는 “촬영하기 전까지도 굉장히 좀 부담도 됐던 작업이었다”며 “아진을 연기한 김유정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꼭 함께하고 싶었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윤준서는 부모의 재혼으로 백아진과 한 가족이 되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진을 향한 애착과 책임감이 뒤섞여 있다. 성인이 된 후에는 그녀의 그림자를 따라다니며 위험한 일들을 조용히 처리하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싸는 헌신 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혼란과 갈등도 공존한다. 아진의 선택을 막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녀를 지키려는 마음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인물이다.
“감정의 폭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이 컸죠. 준서는 말이 많지 않은 인물이라 대사보다 눈빛이나 숨 고르기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이 훨씬 중요했어요. 감정의 흐름을 머릿속에서만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실제 사례나 심리 자료를 찾아보면서 캐릭터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특히 아진을 향한 마음이 단순한 애정이나 충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만큼, 장면마다 감정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했죠.”

이번 작품에서 강한 반응을 이끌어낸 장면 중 하나는 4회 취조실 신이다. 취조실에서 아진을 대신해 희생하려는 윤준서의 모습은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평소 감정을 숨기던 인물이 균열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점이었어요. 대본에는 구체적인 지문이 많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리허설을 하며 준서의 혼란·공포·본능을 어떻게 표현할지 여러 방향을 시도했죠. 준서가 가진 책임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터져야 했던 장면이라 연기적으로도 부담이 컸습니다.”
김유정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깊은 신뢰를 표현했다. ‘친애하는 X’처럼 감정 밀도가 높은 작품에서는 상대 배우의 리액션과 미세한 표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김유정은 감정의 강약을 정확히 조절하며 극의 무게 중심을 유지했다.
“눈빛만 맞아도 감정의 방향이 정리될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요. 말 없이도 감정의 깊이를 교환할 수 있는 파트너였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이 20대의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특히 배우로서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해준 계기였다는 의미가 컸다. 작품을 준비하며 겪었던 고민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연기자로서의 첫 챕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향후 행보에 대한 생각 역시 뚜렷해졌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아온 시간을 정리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군 입대를 앞두고 공백기를 걱정하기보다, 그 시간을 제 연기를 정비하는 시기로 쓰고 싶습니다. 제대하면 직접 오디션을 찾아다니고,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먼저 문을 두드릴 생각입니다. 작품의 스케일보다 인물 자체에 욕심이 나는지, 어떤 감정을 품은 역할인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30대에는 속도보다 방향을 우선으로 두고 더 깊이 있고 천천히 선택하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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