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기념·5번째 시즌으로 컴백

지난해 9월 일본 라이선스 초연…직접 방문 응원

이유 있는 ‘좋은’ 작품…“스스로 대견스러워”

내년 2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과 지울 수 없는 죄를 지은 일본의 후손들에게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서로를 위로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다섯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팬레터’가 돌아왔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등 당대 천재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작품이다.

‘팬레터’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배우 또는 감동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이 절묘하게 결합해 모든 이의 공감을 이끌었다.

관객들은 무대 미장센, 빛과 어둠을 활용한 연출, 서정과 역경을 오가는 음악을 통해 ‘예술’ ‘문학’ ‘인간’에 접근했다. 작품의 아름다운 서사는 세계로 뻗어 중국(전국 공연 시장 박스오피스 ‘Top10’ 4위, 중국뮤지컬협회 ‘베스트 라이선스 뮤지컬상’ 7개 부문 수상), 런던 웨스트엔드(K-뮤지컬 로드쇼 in 런던, 쇼케이스) 2024년 9월 일본에서 라이선스 초연됐다. 현지 배우들은 등장인물인 ‘정세훈’ ‘김해진’ ‘히카루’ ‘이윤’ ‘이태준’ ‘김수남’ ‘김환태’의 이름을 그대로 외치며 무대에 올랐다.

당시의 감동은 한국 배우들의 등장으로 더욱 깊어졌다. 2016년 초연부터 함께해온 ‘원조 김해진’ 역 김종구와 이규형이 현지 공연장을 찾았다. 이들은 극을 통해 용서하고 사죄하며 서로를 보듬었다.

일본을 찾은 배우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김종구는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객관적이고 나만의 중간적인 시각으로 관람했다. ‘팬레터’가 가진 느낌과 힘, 작품이 가진 운동력이 엄청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드라마, 음악, 안무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2021년 사연을 제외하고 한국과 지방·해외 공연에 참여한 김종구는 “자부심이 생겨 10주년 공연에도 참여하게 됐다”라며 “작품은 10년 동안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팬레터’만의 서정적이고 독특한 색깔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확실히 좋은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초연부터 빠지지 않고 시즌을 이끈 ‘선봉장’ 이규형은 “뮤지컬 ‘렌트’ 10주년 영상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든 작품으로 10주년 기념 공연에 선다는 게 스스로 대견스럽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번 시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10년의 세월을 실감한 이규형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지금까지 사랑받아온 만큼 고민도 다양하고 깊어졌다. 시즌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상대 배우도 바뀌면서 연기 톤도 변화를 시도했다”라며 “연기에는 답이 없다. 개개인 10주년 인물에 대한 다양성이 넓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 10주년까지 함께해온 배우들이기에 더 풍성하고 깊이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10년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쌓아 올린 배우들과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뉴 캐스트가 전할 짙은 감동의 서사 ‘팬레터’는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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