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연부터 한 시즌 제외하고 참여

160분 동안 무한 변신 “많은 여배우가 원하는 배역”

소정화·강혜인·김이후 공연도 기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김히어라가 그만의 아우라로 무대를 오색빛깔로 물들이고 있다. 단 한 명을 ‘주인공’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한지(韓紙)를 뚫고 나와 빛을 발산한다.

김히어라는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 프레스콜에서 가상의 여인 ‘히카루’의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팬레터’는 193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등 천재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이다.

극 중 김히어라가 연기하는 ‘히카루’는 ‘김해진’의 뮤즈이자 비밀스러운 천재 작가다. 하지만 천재 작가 ‘김해진’을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아다. 이들은 얽히고설킨 삼각관계에서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희어라와 ‘팬레터’의 인연은 2016년 초연부터 시작됐다. 이후 2021년 네 번째 시즌을 제외하고 서울을 비롯해 김해, 대만 등 국내외 공연에 참여했다. 그는 소극장부터의 추억부터 현재의 대극장까지 확장된 ‘팬레터’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원조 ‘히카루’로 불리는 김히어라는 “아마도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들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160분 안에 여러 캐릭터, 목소리 톤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하지만 ‘히카루’는 투명한 색에서부터 점점 짙어진다. ‘세훈’에 의해 빚어진 인물이지만, 마지막에는 ‘세훈’으로 인해 만들어진 주체성을 짙은 색으로 표현한다”라고 설명했다.

김히어라와 함께 ‘팬레터’의 역사를 함께 해온 ‘히카루’ 소정화와 지난 시즌에 합류한 강혜인, 뉴 캐스트 김이후의 4인 4색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4명의 ‘히카루’가 어디서부터 욕망을 표출하는지, 언제 색깔이 짙어지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 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며 “도화지에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칠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각 캐스트의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문화적 감수성을 만끽할 수 있는 ‘팬레터’에는 김히어라를 포함한 4명의 ‘히카루’와 함께 ‘김해진’ 역 이규형·김종구·김경수·에녹, ‘정세훈’ 역 윤소호·원태민·문성일·김리현이 무대를 꾸민다. 공연은 내년 2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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