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 ‘김해진’ 역
천재 소설가-가상의 여인, 편지로 나눈 열정적 사랑이야기
160분 가득 채운 ‘느림의 미학’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트로트의 황태자’에서 다시 뮤지컬 배우로 돌아온 에녹(45·본명 정용훈)이 문학청년으로 또 한 번 변신한다. 공연계와 연예계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에녹은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 프레스콜에서 그를 작품 세계로 끌어들인 매력을 소개했다.
‘팬레터’는 1930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과 이상 등 천재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이다.

극 중 에녹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천재 소설가 ‘김해진’ 역을 연기한다. 그는 자신을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과 비밀에 싸인 천재 작가 ‘하루키’와 얽히고설킨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한 에녹은 어머니에게 효도하겠다는 마음으로 2022년 MBN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 최종 Top7에 들면서 트로트 가수로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해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에녹의 활발한 행보 중 한 부분인 ‘팬레터’로 인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 역시 작품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라서 더욱 기대된다.
특히 올해 10주년을 맞아 다섯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팬레터’에 합류한 것에 대해 감개무량(感慨無量)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여느 배우든 10주년 공연 출연을 제안받으면 ‘네’라며 손 들 것이다. 이 중 한 명이 나”라며 “‘팬레터’와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19년차 베테랑으로서 중소·대극장 작품들에 익숙하지만, ‘팬레터’ 무대에 오른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에녹은 “작품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라며 “대본을 보고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득하고 느리게 하나하나씩 밟아가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현대인들은 금방 사라지고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 차근차근 밟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팬레터’를 ‘느림의 미학’에 비유한 에녹은 “기본 소재가 편지와 사랑이다. 이 안에 설렘·질투·집착·무너짐 등 다양한 감정들이 160분을 빼곡하게 자리 잡은 작품”이라며 “1930년대 일제강점기, 순수문학은 당시 구술문학 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였다. 모든 게 순수문학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보면서 다시 한번 ‘너무 하고 싶다’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예술을 꽃피웠던 이들의 이야기 ‘팬레터’는 내년 2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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