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UDT: 우리 동네 특공대’는 초반 기획 의도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예비역 특공대라는 설정은 액션 중심의 장르물로 읽힐 여지가 컸지만, 드라마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동네 주민들의 일상 속 관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소한 갈등, 공동체가 지닌 정서적 온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장르적 규격을 분해했다. 시청자들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 작품을 ‘생활극’에 더 가깝게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유머와 감정선을 편안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배우 진선규가 연기한 곽병남은 이러한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드는 중심축이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진선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지만 잊히지 않는 얼굴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이 든 어르신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우리 딸도 제일 재밌다면서 처음으로 칭찬을 해줬어요. 캐릭터가 귀엽다고 하던데 그런 부분이 어필됐던 것 같아요. 또 동네 사람들의 ‘케미’가 좋았기 때문에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캐릭터 해석은 외형에서도 이어졌다. 콧수염과 스타일링 변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캐릭터의 색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진선규는 이를 통해 병남을 ‘평범하지만 묘하게 멋이 나는 사람’으로 설계했다.
“처음엔 서민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그 안에서 좀 더 빛나는 지점을 찾고 싶었어요. 청년회장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콧수염도 붙여보고, 옷도 직접 골라봤어요. 그런 외형이 병남의 밝고 경쾌한 에너지와 잘 어울리길 바랐죠.”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진선규와 윤계상이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2017년 ‘범죄도시’에서 강렬한 호흡을 보여줬다.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넓혀왔다.
8년 만의 재회는 단순한 ‘의미 부여’ 이상을 만들어냈다. 이미 서로의 호흡이 어떤 방식으로 흐르는지 알고 있었고, 현장에서 필요한 템포가 무엇인지도 직관적으로 파악했다.
“계상이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부분이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많이 의지했는데, 이번엔 제가 옆을 지키면서 서로 힘을 나눠주는 느낌이었죠. 연기하다가도 ‘아, 우리가 이렇게 오래 했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았어요.”
이 호흡은 팀 전체로 확대됐다. 연극 무대에서 20년을 함께한 김지현, 공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준석, ‘범죄도시’로 인연을 맺은 고규필, 그리고 막내 이정하까지. 배우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읽어주고, 작은 호흡 하나까지 기꺼이 맞춰주는 드문 현장이었다.
“지현이는 말할 것도 없이 오래 봐온 친구고, 규필이와 준석이도 편해서 눈만 봐도 알아요. 정하는 막내인데 형·누나들 다 챙기려고 애쓰고 진짜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현장이 따뜻했죠. 그래서 더 오래 있고 싶었나 봐요.”
자연스럽게 시즌2 이야기에 기대감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작품이 왜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는지 차분하게 덧붙였다.
“시청률이 조금 더 올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 지금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요, 이 멤버들로 다시 모이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그 공기가 있어요. 그래서 꼭 시즌2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좋은 공연 끝나고 마지막 인사할 때 괜히 울컥하는 마음 있잖아요. 이번 작품이 딱 그랬어요.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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