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자신감 “가장 한국다운 작품”
시공간 넘나드는 물리적·감성적 장치
내년 3월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겨울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럽 배경의 작품들을 이어온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이 처음 시도한 조선인의 서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 및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로 무대화된 작품이다.
조선사 최대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야기 1인 2역 극이다. 조선과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442년 이후 자취를 감춘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발자취를 따라나선다.

권은아 극작/연출과 이상준 작곡/음악감독은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에서 시공을 넘나드는 스토리라인 속 한국적 정서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창작진들은 “가장 한국다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반복 언급한 바 있다. 관객들은 공연에서 무대·음악·의상 등 모든 핵심적 요소에서 화려한 현대예술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 고풍 있는 한국의 미(美)가 절묘하게 융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권 연출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공연을 준비하면서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한국의 고유미(美)에 대해 지속 조사·연구·논의했다.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조명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띄었다.

조명 속 무대와 배우들의 한끝까지 섬세하고 웅장한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실제 한국적인 아름다운 미학을 살리기 위해 실생활의 같은 재료를 썼으면서도 똑같이 구현하지 못한다면, 우리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의견을 모았다”라며 “예를 들어, 경복궁 근정전의 기둥·지붕의 형태와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많이 따와서 상징성을 부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EMK의 대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명곡을 세상에 선보인 이 음악감독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가장 익숙한 우리의 소리를 내려고 집중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다는 이 음악감독은 “서양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복 입은 남자’를 통해 한국 음악을 연구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맘속 리듬에 한국 음악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민요를 배웠다. 풍금으로 서양음악을 배운 것 같지만, 사실 한국음악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음악감독의 음악적 감성은 장면마다 숨어있다. 그는 “‘세종’이 등장할 때 대취타, 태평소와 같은 전통악기의 소리를 표현한다. 또 금속 재질의 단추가 보일 때 꽹과리를 사용한다. 민요로 들릴 땐 부산 태생인 ‘영실’의 고리에 맞춰 밀양 아리랑을 인용했다. 이를 한국적이면서도 보편화된 오케스트라와 한국악기에 녹아냈다”라고 소개했다.
조선과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대담한 상상의 세계 ‘한복 입은 남자’에는 ‘영실/강배’ 역 신성록·전동석·고은성, ‘세종/진석’ 역 카이(본명 정기열)·박은태·이규형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3월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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