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026시즌 亞쿼터 본격 시행

10개 구단, 일본 등 아시아 선수 영입 적극 나서

선수협 “우리 선수들 설 자리 좁아져” 우려

최저연봉·조건부 도입 등 방안 강구해야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불만만 외칠 순 없다. 하나를 내줬다면, 이제 하나를 받아내야 한다.”

KBO리그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시즌부터 시행되는 ‘아시아쿼터’ 제도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 선수를 외국인 선수 4번째 슬롯으로 기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리그 흥행과 경쟁력 확대를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현장은 긴장감이 더 크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쪽은 국내 투수들이다. 10개 구단이 앞다퉈 아시아 투수를 물색하는 가운데, 토종 투수들의 기회 축소는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선수들은 부정적 입장이 강하다. 그러나 ‘반대’만으로 해결되기에는 이미 제도가 확정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아시아쿼터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고민은 맞다. 다만, 해법은 ‘반대’가 아니라 ‘협상’이어야 한다. 선수협 양현종(37·KIA) 회장도 잘 알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3일 총회 직후 “(아시아쿼터에 대해) 선수들은 일자리 축소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거부할 순 없지만, 그만큼 권익을 보장받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선수들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권익 보장을 위해 현실적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최저연봉이다. KBO 최저연봉은 3000만원. 2021년 27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오른 뒤 4년째 동결이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이다. 남자 프로농구는 4200만원, 프로배구는 4000만원, 국내 대표 e스포츠 리그 LCK는 6000만원에 달한다. 역대 최다 관중 1200만 시대를 이뤘지만 연봉 체계만큼은 정체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함께 전면 개방이 아닌 투수 보직 제한, 출전 규정 등 조건을 거는 것도 방안이다. 예를 들면, 아시아쿼터 선발 투수 영입을 제한하고, 불펜 등 특정 보직에 한해 기용토록 명문화하는 방식이다. 완벽한 보호는 아니더라도, 피해 최소화 장치는 될 수 있다.

현실은 잔인하다. 냉정하지만 이게 프로다. 더 강한 전력,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원한다. 일본프로야구(NPB)의 경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는 무제한이다. 구단은 흥행과 성과를 위해 움직인다. 살아남는 방법은 더욱 치열한 경쟁뿐이다. 결국 더 잘하는 선수가 살아남는다.

KBO 관계자는 “선수협과 대화 창구는 열려 있다. 건설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BO리그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구단, 절박한 선수들, 그리고 협상 테이블까지.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이미 내준 제도라면, 이제 권익을 얻어야 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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