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한가운데 남겨진 소년과 벵골 호랑이

사투→생존, ‘진실’ 혹은 ‘거짓’

박정민·박강현·퍼펫피어의 놀라운 퍼포먼스

내년 3월2일까지 GS아트센터 역삼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파이’는 “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거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한다. 공연은 관객들에게도 묻는다.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렇듯 ‘라이프 오브 파이’를 소개할 때 뚜렷한 ‘장르’를 붙이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열어놓은 수수께끼 같다.

그런데 이야기는 상상조차 어려운 고난에 직면한 이의 용기와 인내를 그린다. 작품을 소개할 때 ‘연극’ ‘뮤지컬’ ‘인형극’ 등으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 세계 50개 언어로 출판 누적 1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 영화로 먼저 알려졌다.

작품은 가족과 함께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향하던 도중 거대한 폭풍에 휩쓸려 태평양 한가운데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담은 이야기다.

2019년 영국 셰필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무대에서 선보였다. 이후 2021년 영국 웨스트엔트 초연만으로 단숨에 흥행 대작 대열에 올랐다.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토니상 3개 부문 수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공연예술의 위대함을 인정받았다.

2025년 ‘라이프 오브 파이’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 심장을 들었다 놨다…찬란한 역사의 한 장면 경험

먼저 ‘라이프 오브 파이’를 경험한 해외 다수 유력 매체는 “경이롭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대 전체를 휘감은 거대한 파도와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 배우들의 날렵한 퍼포먼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퍼펫들의 연기 때문이다.

특히 퍼펫들을 조종하는 퍼펫티어들의 몰입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감탄하며 입 벌리고 보다 보니 목구멍까지 바짝 마를 정도다.

공연 중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를 비롯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미어캣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게는 모두 실제 동물들의 생명을 불어넣었다. 크기부터 근육, 내장 등 외형은 물론 상황에 따른 야생 본능까지 똑같이 탑재해, 마치 동물의 천국을 관람하는 기분이다.

◇ 두 가지 이야기, ‘반사회적’ 이기심 향한 일침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망망대해에 단둘이 남은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같이 펼쳐진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만나 서로 밀어내지만, 결국 생명력으로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파커’가 진술한 이야기는 사실일까? 그의 생존기가 궁금하지만,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눈치다. 어떻게 사람과 호랑이가 227일간 작은 구명보트에서 함께 살았냐는 것이다. 불신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가운데 ‘파커’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파커’의 이야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다그침은 계속된다. ‘파커’는 그때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말이다. ‘파커’의 두 가지 이야기 중 ‘진실’ 역시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 “당신도 믿게 될 테니까요.”

◇ ‘믿보배’ 박정민·박강현 그리고 퍼펫피어가 이끄는 ‘회전문’ 열풍

‘라이프 오브 파이’ 한국 초연 캐스팅 발표 당시 작품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올랐다. ‘비범한 여정의 경이로움’이라는 수식어를 이어갈 주인공들이 박정민과 박강현이라는 사실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연 전부터 관객 동원을 예상했지만, 개막과 동시에 두 배우의 공연을 모두 봐야 한다는 ‘회전문(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 욕구를 불태우고 있다. 만약 2회차 관극이라면 공연 중 바닥이 바다로 바뀌는 2층 관람석도 추천한다.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뚜렷한 커리어의 족적은 남기고 있는 박정민이 3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1차 티켓 오픈부터 예매 서버를 마비시킬 정도였다.

크로스오버 그룹 미라클라스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로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강현 역시 또 한 번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폭발적인 관객 호응을 이끌며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매 공연 다른 조합의 퍼펫티어들이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것. 무대 위 환상의 세계를 현실로 이끄는 주역들의 색다른 표현과 감정에도 집중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들이 작품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벵골 호랑이의 포효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환상의 모험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내년 3월2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 역삼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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