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청담=박연준 기자] “얘들아, 일희일비하지 말자.”
한국 프로야구 불펜 역사를 상징해온 오승환(43)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상식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은퇴 시즌에 받은 공식상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 크고, 그만큼 후배 마무리 투수들에 전한 조언도 무게가 실렸다.
오승환은 8일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5년 뉴트리디데이 일구상에서 최고 영예인 일구대상을 수상했다. 일구회가 시상하는 최고상을 불펜 투수가 받는 건 처음이다. 오승환이 걸어온 20년의 이력이 다시 한번 평가받은 순간이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입단 후 데뷔 첫해 16세이브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2006년, 2011년 나란히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47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최정상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통산 737경기 803.1이닝, 44승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를 적었다. 압도적 기록이다. 올시즌에는 12경기 평균자책점 8.00을 끝으로 현역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수상 직후 오승환은 “은퇴하면서 많은 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21년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보답할 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펜 투수에게 영구결번과 은퇴 투어를 허락해준 팀, 그리고 일구회의 선택이 너무 뜻깊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또 오승환은 “야구를 이제 편하게 볼 것 같다. 아직 은퇴 실감이 나진 않는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이 되면, 확실히 와닿을 것 같다. 삼성 팬으로서 야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퇴 이후 진로는 유보했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안부터 현장 지도자 제안까지 선택지가 많다. 그는 “은퇴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아직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둘째를 기다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가장 주목받은 건 후배 마무리 투수들에게 남긴 마지막 조언이다. 오승환은 “한 경기 한 경기 흔들리지 말았으면 한다.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꾸준히 하면 된다. 팬들의 응원이 항상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지켜온 루틴과 태도가 응축된 말이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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