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진업 기자]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이 과거 미성년자 시절 강력 범죄에 연루되어 소년원에 수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사의 해명에도 싸늘한 여론이 계속되고 방송가의 손절 움직임까지 더해지자 결국 스스로 배우 생활을 마무리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

의혹 제기의 발단은 지난 12월 5일 디스패치의 보도였다. 해당 매체는 조진웅이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던 1994년, 일진 무리와 어울리며 상습적인 절도 등을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되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는 그가 훔친 차량 안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증언과 함께, 그가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의 절반가량을 소년원에서 보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겼다.

특히 그가 아버지의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며 쌓아올린 ‘우직하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실제 과거와 정반대였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

보도 직후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소년범 이력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소속사는 가장 치명적인 ‘성범죄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예명으로 쓴 것에 대해서도 “과거를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떳떳해지기 위한 다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속사의 ‘반쪽짜리 해명’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 대중들은 “절도와 소년원 수감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가 주연으로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 ‘시그널2’ 등의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사실상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 속에 은퇴 압박은 거세졌다.

방송가 역시 발 빠르게 ‘조진웅 지우기’에 돌입하며 압박을 가했다. SBS 측은 6일 다큐멘터리 ‘범죄와의 전쟁’의 내레이션을 전면 교체하고 재녹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방영된 1부마저 수정 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강경한 조치였다. KBS 또한 지난 2021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국민 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당시 조진웅이 국민특사 자격으로 유해 봉환에 참여했던 의미 있는 행보였으나, 논란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결국 조진웅은 6일 공식 입장을 통해 백기를 들었다. 그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은퇴를 공식화했다.

조진웅은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 없이 서둘러 결정한 것은 추가적인 진실 공방을 차단하려는 도피성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이미 소년원 수감 등 강력 범죄 이력이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성범죄 의혹만 선택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결국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쌓아온 진정성은 거짓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전락했으며, 제작진과 동료들에게 남긴 막대한 피해 또한 그가 짊어져야 할 오명으로 남게 됐다. 제대로 된 소명 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대중에게 사실상의 의혹 인장이자 회피로 기억될 전망이다.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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