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주인공보다 좋은 인물…순수·호기심 공감

첫사랑 같은 존재…진정한 행복으로 웃음꽃 ‘활짝’

내년 2월22일 신한카드 아티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장지후가 데뷔 15년 만에 그토록 원했던 배역을 따냈다. 바로 뮤지컬 ‘렌트’의 ‘콜린’ 역이다. 앞서 두 차례 ‘렌트’에서 ‘로저’로서 참여했지만,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던 역할은 ‘콜린’이었던 것. 이전의 외롭고 암울했던 그림자를 걷어낸 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장지후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 VIP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콜린’을 애정하는 이유와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특히 작품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극에 녹여, 현실 속 사랑과 갈등, 기쁨과 슬픔을 전한다.

극 중 장치후가 연기하는 ‘콜린’은 엘리트 출신 대학강사로, 인물 중 가장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집도 돈도 없는 동성애자이자 AIDS 양성환자다.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엔젤’을 만나면서 어두웠던 삶에서 빛을 찾는다.

장지후는 이번 시즌을 포함해 ‘렌트’에 세 번째(2020·2023·2025년) 출연하고 있다. 앞서 두 시즌에서는 스스로 마음을 닫은 뮤지션 ‘로저’로 나섰다. 어쩌면 작품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주인공과 같은 역할이지만, 그의 가슴에는 ‘콜린’의 피가 끓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연습하면서 ‘콜린’에게 던져진 코멘트를 옆에서 엿듣기도 했다고 한다.

2020년 ‘렌트’ 오디션을 참가했을 때부터 장지후는 ‘콜린’으로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로저’를 권유했다. 작품에서 한 인물에만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고 느꼈지만, 그는 항상 ‘콜린’을 갈망했다.

‘콜린’과의 운명적 만남은 장지후가 단국대 뮤지컬 전공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부 공연으로 선 ‘렌트’에서 ‘콜린’과 처음 만났다. 그는 “열정이 더 좋은 대학생들이 더 예술가”라고 밝히며 “당시 ‘콜린’에 대한 깊지 않은 지식으로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연기했다. 그때 만들었던 ‘콜린’을 첫사랑처럼 못 잊고 있었다. 한국에서 작품이 올려지면 내가 꼭 ‘콜린’으로 오디션을 보리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가 ‘콜린’을 이상형이라고 밝힌 이유는 바로 자신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장지후는 “나는 선하고 순수한 형태를 지향한다. 배우로서 갖출만한 이미지, 태도, 화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내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이 중요한데, ‘콜린’이 가진 철학적 깊이에 닿을수록 호기심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콜린’이 가진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 지적인 탐구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인간에 대한 탐구의 호기심”이라며 “나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왜 이러한 형태가 나왔을까하는 호기심에 나랑 맞닿아 있었다. 동성애 등 예민한 이슈를 다루는데, 인간이 사랑하는 데 있어 감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모든 걸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2시즌의 영향으로 몸에 밴 ‘로저’를 잊고 오로지 ‘콜린’으로만 살아가는 데에 집중했다. “연습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다. 이걸 벗기 위해 100%의 에너지가 아닌 150~160%를 준비했다”며 “정말 이 갈던 역할이었다. ‘로저’ 땐 자그마한 섬에 있었다면 ‘콜린’ 옷을 입고 번화가에 온 것 같다. 내가 가진 에너지나 품어주는 느낌을 맘껏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원 없이 털어놓은 장지후는 “어쩌면 ‘렌트’는 서사가 부족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정의할 수 없는 스토리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29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 사랑의 정의가 각자 다르듯이 말이다”라며 “무대 위에서 한정된 시간에 다뤄져야 하므로 영화처럼 펼칠 순 없다. 하지만 1막에서 다뤄졌던 서사들이 2막에서 충분히 시너지로 작용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떤 인물을 쭉 따라가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12월 시작과 함께 차가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지금, 인류애의 따뜻한 포옹을 전하는 ‘렌트’는 내년 2월22일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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