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한 때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두 남녀가 이제는 완전한 타인이 돼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재회할 수도, 새 이성을 만날 수도 있다. 이미 ‘깨진 그릇’이고, 티빙 ‘환승연애’ 시리즈가 이성을 만나도 된다는 합의하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통제할 수 없지만, 서운함은 극히 폭발하고 심지어 오열도 터진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묘한 풍경 안에서 경험하기 힘든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요동치는 곳이 ‘환승연애’다. 시즌3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김인하 PD의 눈에 비친 출연자들은 말과 행동이 180도 달랐다. “절대로 재회하지 않겠다”고 목 놓아 외치길 수 없이 다짐했음에도 X(전 연인)의 눈만 보면 갑자기 눈이 뒤집혔다고 한다.
김인하 PD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사전인터뷰 때 정말 많이 확인한다. X랑 재회할 거냐고. 그렇게 굳은 다짐을 하고 절대 안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X와 눈만 마주치면 감정이 변한다. 실제 제작진 눈에도 미련이 없어보였는데, 확 돌변한다. 눈빛 교환까지 담아낼 수 없지만, X끼리 느끼는 공기 자체가 감정을 뒤흔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한다. 둘 사이 얼마나 깊게 사랑했는지, 혹은 누가 어떻게 상대를 대했는지 파편적으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다. 여백은 시청자의 상상으로 메워진다. 상상과 몰입이 깊어지다 못해 출연자의 감정에 온전히 이입하는 경우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환승연애’는 ‘과몰입 증후군’의 끝판 왕 중 하나다. 시즌4도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사랑하고 이별을 경험하잖아요. 그 사람들 안에 담겨 있는 경험이 출연진을 통해 거울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요. ‘환승연애’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공감과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요. 이 설정 자체가 도파민을 유발하다보니까, 굳이 자극을 추구하지 않아도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많은 분이 과몰입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나친 과몰입은 상처를 낳는다. 적잖은 ‘환승연애’ 출연자들이 방송 공개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국민적 뭇매를 맞기도 한다. 셀럽으로서의 삶을 준비하지 않은 출연자에게 대중의 공격적인 관심은 상처로 이어진다. 제작진이 아무리 케어를 한다고 해도, 굴지의 거대 브랜드가 된 ‘환승연애’를 향한 관심을 온전히 방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저희가 케어를 정말 많이 하긴 해요. 거의 매일같이 통화하고요.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었긴 했는데, 제작진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 같기는 해요. 단순히 케어를 넘어서서 출연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 큰 배려가 필요해보긴 하네요. 잘 고민해볼게요.”
프로그램을 이어받아 연출하는 건 예능국 안에서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다만 워낙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을 물려받는 건 다른 의미가 있다. ‘환승연애’를 창조한 이진주 PD의 작품을 물려받은 김인하 PD 역시 “잘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작품에 임했다. 칭찬과 비판이 오가는 파도 속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시즌3 때는 잠도 못 잤어요. 편히 잔 날이 없어요. 압박감이 짓눌렀죠. 시즌4는 그래도 낫긴 하지만, 여전히 부담은 커요. 제작진에 대한 비판도 있고요. 제가 언제까지 할 줄은 모르겠어요. 저도 누구보다 ‘환승연애’를 사랑해요. 멀리 내다보진 못하고 하루살이란 심정으로 하루 하루 잘하자는 마음이에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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