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제가 (허)성태 형을 추천했거든요?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면 욕심이 날 법하지만 기꺼이 ‘1롤’을 양보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배우마다 가장 잘 맞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1롤 대신 2롤을 택했지만 후회는 없다. 배우 조복래는 영화 ‘정보원’을 위해 그 선택을 했다.

조복래의 첫 스크린 주연작 ‘정보원’은 강등된 왕년의 에이스 형사 오남혁(허성태 분)이 정보원 조태봉(조복래 분)과 함께 우연히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코미디다.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복래는 극 중 ‘정보원’ 그 자체인 조태봉을 연기했다. 캐릭터 이름이 곧 영화 제목이라는 것은 그만큼 존재감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가 그동안 신스틸러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작품을 끌고 가는 얼굴이 되니까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작품보다 훨씬 긴장되기도 하고요.”

‘처음’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조복래에게 첫 주연작인 ‘정보원’도 그랬다. 시작은 대학교 선배인 김석 감독과의 인연이었다. 그는 “첫 시나리오는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입체적이어서 감독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가벼운 코미디가 아니라 메타포와 생략된 장면들이 숨겨져 있는, 생각보다 치밀한 영화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조복래에게 제안된 역할은 주인공 오남혁이었다. 하지만 그는 1롤을 정중히 거절했다.

“제 나이에 비리 형사 역할이라니요(웃음). 연극에서는 ‘연극적 허용’이 있지만 매체는 다르잖아요. 이미지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성태 형이 떠올랐죠. 누가 해도 그 형만큼 잘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특히 코미디 장르는 배우 간의 호흡이 생명이다. 앞서나가서도 안 되고, 다른 캐릭터에 묻혀서도 안 된다. 완급 조절과 팀워크가 필수인 장르에서 조복래는 허성태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를 추천한 보람이 있었다.

“현장 분위기를 가장 잘 풀어준 사람이 성태 형이었다. 세 작품을 함께하면서 형을 지켜봤는데, 성격은 저처럼 소극적이지만 연기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요. 저는 신중하고 계획적이지만 형은 본능적이고 감각적이죠. 덕분에 활어처럼 튀는 형의 연기와 제 스타일이 좋은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허성태의 ‘파급력’을 실감한 순간도 있었다. 올해 제24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현지를 방문했을 때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 뱀 문신 빌런 덕수로 글로벌 스타가 된 허성태는 현지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고.

조복래는 “현지에서 ‘스네이크 가이’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알아보더라. 성태 형이 이렇게 글로벌 스타인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추천할 때 좀 더 조심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오랜 시간 허성태와 호흡을 맞춰온 조복래는 “정말 ‘오징어 게임’으로 그렇게 뜰 줄은 몰랐다. 뭐든 예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정보원’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잘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보원’은 김석 감독님이 간절하게 준비한 작품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시행착오를 딛고 더 좋은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허성태! 차기작도 주연 가자!”라고 진심을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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