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후 1년의 세월... 대한민국 헌정사의 위기를 넘나든 그날의 기록
국회는 어떻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되었는가??
우원식 의장,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민주주의의 기록”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 약 1년이 지난 다음 달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 3일의 불법적 비상계엄을 해제한 국회의 의장으로서, 그날의 기억을 복원한 회고록 ‘넘고 넘어’를 내놓는다.
‘넘고 넘어’는 국회의장이 공관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국회 담장을 넘어 집무실에 도착하여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는 긴박한 여정을 기록한다.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작전을 결단하는 장면부터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의장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전 층의 불을 켜고 이동하던 모습, 권총을 든 경호대가 자동화기로 무장한 계엄군으로부터 국회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각오를 다졌던 기록이 공개된다.
당시 국회의장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 국가의 정상 작동을 회복시켜야 하는 마지막 책임자였다. ‘넘고 넘어’는 그 책임이 어떤 무게였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국회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를 충실하게 담았다.
또한 ‘넘고 넘어’는 “국회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이는 국가가 실제로 위기를 통과해내며 남긴 헌정 질서의 실제 작동 사례이며,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넘고 넘어’는 그 중심에 있었던 국회의장의 경험을 최초로 정리한 기록으로, 향후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국회 또한 그날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던 날, 한 장성 출신 군사전문가는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람, 굉장히 위험한 사람입니다. 혹시 쿠데타 같은 거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세요”라고 경고했다.
당시에는 ‘설마’라는 반응이 더 컸지만, 계엄이 선포된 후 공관으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 저자는 그 말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그제야 정부가 보였던 여러 비정상적 조치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 회고는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징후를 감지했는지, 그리고 그 조짐이 왜 당시에는 명확히 해석되지 않았는지를 알려준다. 국회의장의 시선에서 바라본 행정부의 움직임, 관례와 절차에서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 지점들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모였는지가 드러난다.
‘넘고 넘어’는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평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 그리고 위기 국면에서 그 균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정치·헌정 기록으로서의 깊이를 더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초대 임시정부 법무국 비서국장을 지내고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 김한 선생의 외손자다. 김한 선생은 연해주 고려인 강제 이주 시기 스탈린 정권에 의해 처형되었고, 그의 외손자는 독립운동가의 후예로서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되었다. 국회의장은 자신의 뿌리를 이룬 독립운동과 한국 민주화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 위에 세워진 민주국가의 책임을 이 책에서 다시 돌아본다.
그 역사의식은 국회 공간을 바꾸는 실천으로도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도서관 앞마당에 ‘독립기억광장’을 조성해, 국회를 찾는 모든 시민이 독립운동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도록 했다.
별 무리가 반짝이는 바닥을 따라 걸으면 항일 의병의 벽·광복군의 벽·독립군 무기의 벽·독립군가의 벽이 차례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빛의 길’이 놓여 있다. 독립운동의 시간을 하나의 길로 구성해 기억과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은, 국회의장이 독립·민주·헌정을 동일한 계보 속에 놓고 바라본 역사관을 상징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자신의 혈통에 흐르는 독립운동의 정신, 국회에서 구현한 기억의 공간, 그리고 지난해 12월 3일의 헌정 위기를 막아낸 경험을 서로 이어 붙인다. ‘넘고 넘어’는 국가의 뿌리와 현재,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함께 묻는 기록으로 완성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서 긴급 대응, 계엄 해제 결의부터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 고비를 최전선에서 국회의 수장으로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헌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넘고 넘어’는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민주주의의 기록이다. 담장을 넘은 다리와 의사봉을 두드린 손은 나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결단을 가능케 한 힘은 거리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의지였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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