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하차 권유’는 사실이었다. 사생활 폭로와 면치기 논란, 그리고 예능 하차까지 한꺼번에 떠안은 배우 이이경이 직접 입을 열자, MBC ‘놀면 뭐하니?’ 제작진도 뒤늦게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이경은 21일 자신의 SNS에 A씨를 상대로 한 ‘협박 및 정보통신망법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고소장을 공개하며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저의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유포자에 대한 형사 고소를 완료하기 전까지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소속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며칠 전 저는 서울강남경찰서를 방문해 고소인 진술 조사를 하고 왔습니다. 루머에 대한 저의 입장을 전달했고, 협박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절차를 마쳤습니다”라며 이미 수사 절차가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무엇보다 그는 “매 순간순간 울화가 치밀었습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지난 몇 달간의 감정선을 압축해 전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독일 국적이라고 밝힌 A씨의 폭로글이다. A씨는 지난달 블로그에 ‘이이경님 찐모습 노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이경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나눴다는 카카오톡·인스타그램 메시지 캡처와 신체 사진 요구, 욕설, 성희롱성 표현 등이 담긴 이미지를 올렸다. 촬영장으로 보이는 이이경의 셀카도 함께였다.

이이경 측은 즉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A씨는 곧 “AI로 장난친 것”이었다며 조작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지만, A씨는 다시 “AI는 거짓말”이라며 입장을 뒤집었고, 19일에는 “사실 저는 겁이 나서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제가 올린 증거는 모두 진짜”라고 재차 주장했다. 조작 인정→번복→또 번복으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이 사이 이이경의 커리어에도 직접적 타격이 갔다.

그는 “하루 만에 조작이라고 하고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 예능에서 하차 권유를 받았고 저희는 자진 하차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라며 MBC ‘놀면 뭐하니?’에서 물러나야 했던 과정을 고백했다. 처음 알려진 ‘스케줄로 인한 하차’가 아니라 제작진의 하차 권유가 선행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과거 ‘면치기 논란’에 대한 서운함도 함께 터져 나왔다. 그는 “이전 면치기 논란 때도 저는 분명 하기 싫다고 했지만, 저 때문에 국수집을 빌렸다며 부탁을 하였고 ‘예능으로 하는 겁니다!’라는 저의 멘트는 편집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마음이 급했었다는 황당한 말만 한 채, 논란은 오롯이 저 개인이 감당해야 했고 저의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게 되었습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놀면 뭐하니?’ 제작진도 22일 공식 SNS를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잘못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먼저 이이경씨가 언급한 면치기 상황은 출연자를 보호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일본 편 촬영 당시 이이경이 즉흥적으로 보여준 면치기 장면을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다시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욕심이 지나쳤다고 시인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이이경씨가 언급한 ‘예능으로 하는겁니다!’ 멘트가 편집됐고 시청자 분들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이이경씨에겐 상처를 시청자분들에겐 불편함을 끼쳤습니다”라고 편집 방향의 문제도 인정했다. 해명 멘트를 넣으려 했지만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한 점 역시 “제작진의 부족함”이라며 사과했다.

하차 과정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털어놨다. 제작진은 “이이경씨 사생활 루머 유포 사건이 매체를 통해 파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주 웃음을 줘야하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이이경씨가 언급한 대로 제작진이 먼저 소속사 쪽에 하차를 권유하였고… 이후 이이경씨 소속사에서 스케줄로 인한 자진 하차를 선택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하차 권유→자진 하차 형식’으로 정리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이경은 예능 시스템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배우로서 활동은 계속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촬영은 변동 없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 세대유감 촬영을 마쳤고, 베트남 영화와 해외 드라마, 예능 촬영은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동시에 폭로자와 악플러를 향해서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여러분들이 궁금하실 결말은, 영장이 발부된 후 곧 용의자가 특정될 것입니다. 독일에 있다 하더라도 직접 독일 현지에 가서 고소장을 제출할 것입니다. 악플러 또한 절대 선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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