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구=박준범기자] 대구FC가 기적의 잔류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9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 광주FC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2를 확보한 대구는 FC안양에 패한 11위 제주SK(승점 35)와 격차를 3점으로 좁혔다.
무엇보다 에이스이자 핵심 공격수 세징야 없이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컸다. 세징야는 허리 부상으로 치료받고 있다. 35라운드 수원FC(1-1 무)전에도 진통제 주사를 맞고 출전을 강행한 세징야는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몸 상태다.
세징야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대구의 득점이 터지지 않자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자 세징야는 환호했다.
또 대구는 수원FC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수비수 카이오가 징계로 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우주성과 김강산을 중앙 수비 라인으로 구성했다. 대구는 광주에 1개의 유효 슛만 허용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승리까지 챙겼다. 무엇보다 대구의 무실점은 지난 3월 포항 스틸러스(0-0 무)와 3라운드 이후 무려 8개월 만이다.

K리그2(2부) 다이렉트 강등에 다가섰던 대구는 극적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일부 대구 팬은 김현준의 결승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좀처럼 대구 팬께 다가가지 못하던 김 감독도 이날은 경기가 끝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격렬하게 기쁨을 나눴다.
아직 강등 경쟁이 끝난 건 아니다. 대구는 11월 A매치 휴식기를 보낸 뒤 23일 제주와 맞대결한다. 강등 결정전이 될 수 있는 이른바 ‘멸망전’이다. 제주전까지 약 2주가량의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 세징야가 치료받고 회복할 시간이 생긴 것도 대구 입장에서는 호재다.
김 감독은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선수들은 똘똘 뭉쳐 있다. 세징야가 부상 치료를 잘하고 (제주전에) 참가할 수 있으면 최상의 상황”이라며 “다만 들뜨는 건 자제해야 한다. 힘들게 노력했던 부분을 이어가기 위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차분하게 제주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제대 후 대구의 뒷문을 지키고 있는 수비수 김강산은 “선수들끼리 기적의 잔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보자고 했다. 우승도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지만, 잔류도 잊지 못할 기억일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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