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9.5조 원 시총 1위로 ‘지각변동’

‘현재 실적’은 LG(6.8조)·아모레(4조) 매출 1, 2위 굳건

‘혁신’과 ‘규모’의 왕좌 게임, K-뷰티 패권 경쟁 돌입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민국 뷰티 산업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켜온 양강 구도에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며 ‘왕좌의 게임’을 예고했다. 기업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매출액에서는 전통 강자들이 굳건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시가총액에서는 APR이 두 거인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시장의 평가, APR의 손을 들어주다

24일 종가 기준, K-뷰티 상장사 시가총액 1위는 APR(약 9조 800억 원)이 차지했다.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의 폭발적인 성장을 동력으로 상장 1년여 만에 이뤄낸 지각변동이다. 시장은 APR이 가진 기술력과 글로벌 확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래 가치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반면, 오랜 기간 K-뷰티를 상징해온 아모레퍼시픽그룹(약 7조 3600억 원)과 LG생활건강(약 4조 4100억 원)은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중국 시장 의존도 탈피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제 앞에서 주춤한 사이, ‘혁신’을 무기로 한 신생 강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모양새다. K-뷰티 산업의 보이지 않는 허리 역할을 하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강자 코스맥스(약 2조 3400억 원)와 한국콜마(약 1조 8100억 원)는 그 뒤를 이어 4, 5위를 기록했다.

◇ 매출 규모는 ‘관록’의 힘…여전한 양강 체제

하지만 기업의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매출액 순위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2023년 연간 실적 기준, LG생활건강은 6조 8048억 원의 압도적인 매출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음료까지 아우르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했다.

2위 역시 4조 213억 원의 매출을 올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차지였다. ‘설화수’, ‘라네즈’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폭넓은 유통망은 여전히 건재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콜마(2조 1557억 원)와 코스맥스(1조 7775억 원)가 나란히 3, 4위에 오르며 ‘2조 클럽’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가 아닌, K-뷰티 산업 전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ODM 업계의 저력을 입증했다. 시가총액 1위인 APR의 2023년 매출은 5238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 강자들과는 체급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단, APR은 2024년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 매출을 넘어서는 5938억 원을 기록하며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 미래 K-뷰티, ‘혁신’과 ‘관록’의 시너지에 달려

결론적으로 K-뷰티 5대장의 현재 판도는 ‘미래 가치(시가총액)’와 ‘현재 규모(매출액)’ 사이의 괴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은 APR이 가진 뷰티 디바이스 기술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플랫폼 확장 가능성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며 “반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높은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리스크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현재 가치 대비 미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APR의 혁신성에 열광하며 미래의 왕으로 점찍었고,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관록을 바탕으로 여전히 막강한 현재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K-뷰티 생태계의 뿌리 역할을 하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안정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하는 구도다. 결국 미래 K-뷰티 시장의 패권은 누가 먼저 ‘혁신을 통한 성장’과 ‘규모를 통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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