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때로는 잘 짜인 각본보다 한 사람의 진솔한 삶이 더 큰 울림과 재미를 선사한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금요 예능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 비서진’(이하 ‘비서진’)이 바로 그렇다. 데뷔 60년 차 배우 선우용여의 거침없는 입담과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이서진, 김광규 두 비서와의 세대를 초월한 케미스트리와 맞물리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방송은 데뷔 60년 만에 처음으로 매니저를 맞이하는 선우용여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매니저를 두는 게 불편하다”며 평생을 직접 운전하고 분장까지 도맡았던 그의 독립적인 면모는, 앞으로 펼쳐질 비서진과의 동행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업무 시작도 전에 선우용여는 이서진과 김광규에게 “장가 안 가?”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특히 내년에 환갑인 김광규를 향해 “그냥 끝내야겠다”고 날린 ‘팩트 폭격’은 유쾌한 웃음의 신호탄이었다.

세 사람의 케미는 선우용여의 버킷리스트인 부동산 임장을 위해 차에 오르면서 더욱 깊어졌다. 그는 연기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나 봉제공장, 식당, 미장원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던 이민 시절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한정식을 공부해 5년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계약 문제로 실패했던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화려한 배우의 이면에 숨겨진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방송의 백미는 단연 선우용여의 팔순 잔치였다. 이경실, 김지선, 조혜련 등 후배들이 깜짝 등장한 가운데, 유방암 투병 중인 박미선의 음성 편지는 모두의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처럼 멋있게 살고 싶다. 많이 사랑한다”는 박미선의 진심 어린 메시지에 선우용여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세대를 뛰어넘은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선후배를 넘어선 ‘진짜 가족’의 모습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비서진’은 스타와 매니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선우용여라는 한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삶을 통해 웃음과 공감, 그리고 위로를 이끌어냈다. 그의 거침없는 입담이 유쾌한 소동극을 만들어냈다면, 진솔한 고백은 한 편의 휴먼 다큐처럼 다가왔다. 이 진정성 있는 서사가 2049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동력이다. 다음 주 장기용, 안은진의 등장을 예고하며 ‘비서진’이 또 어떤 새로운 케미를 선보일지 기대가 모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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