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박정민의 ‘얼굴’이 반갑다. 안식년을 마친 박정민이 한 작품에서 두 개의 ‘얼굴’로 돌아왔다.
박정민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영화 ‘얼굴’ 개봉에 대해 “작은 영화라 큰 기대감은 없었는데 많은 관객이 주목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와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 분)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얼굴’은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 받아 월드 프리미어를 마쳤다.
“굉장히 한국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북미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됐죠. 근데 생각보다 다들 웃으면서 보는 거예요. 각자 마음속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잖아요.”
박정민의 말처럼 ‘얼굴’은 사회 문제 의식을 꼬집으며 개인이 가진 선입견을 비트는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가졌다. 연상호 감독에게 원작을 받았을 때부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는 박정민은 “여러 메시지와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 과한 표현들까지 여과없이 들어가서 좋았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얼굴’은 화려한 CG나 대형 세트장은 없지만 이야기만으로 밀도 높게 채워졌다. 이 모든 작업은 단 2억 원의 제작비와 3주간의 촬영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박정민도 ‘무개런티’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정민은 인터뷰에서 “저도 무개런티라는 걸 캐스팅되고 알았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사실 노개런티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 금액을 제시해 주셨는데 그냥 회식에 쓰시라고 했어요”라고 웃음을 보였다.
짧고 굵은 제작 과정은 배우에게도 높은 몰입감을 필요로 했다. 박정민은 “보통 영화로 따지면 하루에 평균 1~2분 정도 분량을 찍는데 이건 8~9분 정도였다”며 “그러다 보니 현장에 나갈 때 집중도가 확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박정민은 두 개의 ‘얼굴’을 연기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과 그런 아내를 사랑했던 시각장애인 남편의 얼굴을 동시에 그려냈다.
“젊은 시절 임영규를 연기할 땐 수치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 시절엔 장애인에 대한 태도가 좋지 않았을 것이고, 차별이 심했을 테니까요.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웃는 모습을 고민했죠.”
다만 경계점은 있었다. 중요한 건 ‘시각장애인’ 연기가 아니라 인물 내면에 대한 표현 방식이었다. 박정민은 “장애가 아닌 비틀린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정민은 ‘얼굴’ 촬영을 마친 뒤 약 1년간 휴식기를 선언,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박정민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느낀 점은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촬영장이 제일 좋고, 편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휴식기에 대한 후회는 없다. 결국 제가 작품을 갖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