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 기자] “윤이나! 빛이나!” “남달라 화이팅!”
습식 사우나를 연상케하는 날씨가 무색했다. 7일 제주 서귀포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2·6586야드)가 북적였다. 골프를 즐기러 온 사람도 있지만,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려는 갤러리가 더 많았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갤러리수는 1500여명으로, 제주에서 열린 대회 중에는 적지 않은 규모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날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는 반가운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윤이나(22·솔레어)와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박성현(32·인스파이어)이 모처럼 국내 팬 앞에 섰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AIG 위민스오픈에 출전했던 방신실(21·KB금융그룹)과 지난주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성유진(25·대방건설), 제주출신 자매 고지우(23)·지원(21·이상 삼천리) 등도 밝은 표정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단연 박성현과 윤이나. 특히 윤이나는 방신실, 황유민 등 KLPGA투어에서도 큰 팬덤을 보유한 선수들과 한조로 플레이해, 경기 결과 못지않게 뜨거운 응원전이 눈길을 끌었다.
KLPGA투어 선수 팬덤도 K팝 아이돌이나 트로트 팬들처럼 옷을 맞춰입거나 응원구호를 외치는 등 뜨거운 열기를 뽐낸다. ‘원조 언니부대’ 축에 속하는 박성현까지 10개월 여 만에 국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골프장이 고요할 틈 없이 활기를 띠었다.

실제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고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워낙 전통있는 큰 대회여서 도민들의 관심이 높다”면서도 “팬층이 두꺼운 선수들이 여럿 출전해 대회 품격을 높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조로 나선 박성현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적었다. 그는 “모처럼 큰 함성과 열기를 느꼈다. 전반 끝날 때 너무 흥분하셔서 기절할 뻔하신 팬도 보였다(웃음). 이런 감정을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처음으로 KLPGA투어에 출전한 윤이나도 1, 2번홀(파4)을 연속버디로 시작하는 등 시종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치렀다. 방신실, 황유민 등도 팬들이 동행해 샷 하나, 퍼트 하나에 환호와 탄식이 교차해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잠잠하던 KLPGA투어에 모처럼 활력이 넘쳤다.
첫날은 이세희(삼천리)를 비롯해 이다연(메디힐·이상 28) 한아름(21·프롬바이오) 등이 8언더파 64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랐다. 방신실과 윤이나는 나란히 6언더파 66타, 황유민은 4언더파 68타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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