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진영이 얼굴을 갈아끼웠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선 사악한 사이비 교주로, tvN ‘미지의 서울’에선 무뚝뚝하지만 섬세하고 인간적인 변호사로 변했다. 극단적인 악과 부드러운 선을 자유롭게오가고 있다. 간극이 크면 빈틈이 보이기 마련인데, 진영이 펼쳐내는 연기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이파이브’에선 중반 이후 등장한다. 영화의 최종 빌런이다.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 분)은 췌장 이식 후 불가사의한 힘을 얻는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의 기운을 빼앗아 생기를 얻는다. 동식물, 인간을 가리지 않는다. 무한으로 사람의 생기를 뺏은 덕에 젊어진다. 영춘이 80대 배우 신구에서 30대 진영으로 바뀐 이유다.

진영이 연기한 영춘은 독특한 설정 덕에 보는 맛이 있다. 젊고 매력적인 외형이지만 손짓이나 말투, 대사는 다소 올드하다. “아버지 젊었을 때 미남이라고 했냐 안 했냐” “우리 집안에는 효자가 없어” 등의 대사에서 엿보인다. 착장도 예스럽다. 신구의 말투는 물론 걸음걸이까지 연구했다는 진영의 노고가 영춘에게서 뚜렷하게 보인다.

덕분에 젊은 영춘이 등장하고부턴 영화가 급격히 빨라지며, 긴장감이 확 오른다. 엄청난 힘을 가진 완서(이재인 분)과 액션 장면은 화려하다. 만화적으로 구성된 액션신에서 영춘이 가진 드글드글한 욕망이 표출된다. 거만하게 상대를 제압하려는 사악한 마음이 짙은 눈빛을 통해 드러나는 데, 흡인력이 있다. 워낙 앙상블이 좋은 영화인 ‘하이파이브’지만, 진영의 강렬함을 빼놓곤 말할 수 없다.

쌍둥이의 ‘인생 체인지’라는 독특한 설정의 ‘미지의 서울’에선 정의롭고 선하다. 자신에게 꼭 유리하지 않더라도 불의한 것에 옳지 않다고 말할 줄 아는 변호사 이호수다. 손해를 보더라도 할 말을 한다. 손해를 보면 봤지, 틀린대로 살 수는 없는 올곧은 인물이다. 사람들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조롱하면 “없는 사람 얘기를 뭐하러 하냐”며 말을 자르고, 타인의 잘못을 거론하기라도 하면 “그건 걔 잘못 아냐”라고 분명히 말하는 장면이 그 예다.

단호한 면이 있는 만큼 책임감도 크다. 의도가 어떻든 자신이 주위에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갚으려 하는 면이 있다. 유미래(박보영 분)가 자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하자, 어떻게든 보답할 기회를 달라 한 대목이 그렇다.

스윗한 면도 있다. 유미지(박보영 분)를 두고 ‘첫 사랑’이라 분명히 말했다. 쉽지 않은 표현임에도 단단하게 전했다. 성적·성격·장단점이 모두 다른 쌍둥이가 이호수에게 흔들리는 건 자연스럽다. 기가 센 유미지에게 끌려가는 면은 있지만, 그래도 똑부러지게 자기 길을 걷는 이호수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건 진영이다.

그룹 갓세븐으로 데뷔했으나, 비교적 빨리 연기로 전향한 진영에게 이제 ‘연기돌’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다. 이미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펼쳐서다.

캐릭터의 성품의 간극을 넘나든지는 꽤 오래됐다. 다정함의 끝을 보여준 티빙 ‘유미의 세포들2’(2022)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순애보를 보이는 애잔한 얼굴을 그려낸 채널A ‘마녀’ 등 멜로 장르에서 매력을 펼쳐 일각에서는 ‘여심 사냥꾼’으로도 불린다.

‘하이파이브’ 이전엔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2022)에서 선악을 오고가는 1인 2역을 훌륭히 표현해 각광을 받았다. 스윗한 얼굴도 자연스럽지만, 독기가 가득찬 분노한 표정도 이상하지 않다. 도화지처럼 캐릭터의 색을 온 몸으로 흡수하는 재능이 있다.

진영이 출연하는 ‘하이파이브’와 ‘미지의 서울’은 TV와 영화에서 동시에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완성도가 좋다는 평이다. 그 안에 진영이 중심을 잡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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