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종로=김민규 기자] “지나간 일 되돌릴 순 없잖아요.”

‘우승’을 향한 갈증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의연함’이 생겼다는 것. ‘세체정(세계 체(최)고 정글러)’으로 꼽히는 젠지 ‘캐니언’ 김건부(24) 얘기다. “패배하면 많이 분해 하는 스타일”은 옛말이 됐다. 우승을 놓친 기억은 이미 잊었다. ‘다음’을 생각한다. 더 의젓해진 김건부의 ‘우승’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캐니언’ 소속팀 젠지는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 파크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젠지는 지난해 LCK 서머와 올해 LCK 컵 결승전 패배를 화끈하게 복수했다. 시즌 첫 경기에서 ‘신흥 라이벌’ 한화생명에 확실하게 기선제압을 한 셈.

‘캐니언’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김건부는 “개막전이기도 하고, 정규시즌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좋다”며 “경기가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는데 오늘은 잘 되는 날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건부의 우승 시계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7년 만에 LCK에 우승컵을 안기고 멈췄다.

지난해 MSI 당시 김건부는 “나는 패배하면 혼자 많이 분해 하는 스타일이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한 우승 열망이 내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LCK 서머 결승은 한화생명에 졌고,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T1을 만나 4강 탈락했다. 끝이 아니다. 올해 신설 대회 LCK 컵 결승에서 또다시 한화생명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더 우승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의연해진 모습이다. 김건부는 “우승을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미 지나간 것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냥 앞으로 대회에서 묵묵히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패치 버전에 맞춰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시즌 가장 경계하는 팀을 묻는 질문에 “바로 나 자신이다. 젠지 팀원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 자만하지 않고 잘하겠다는 의미”라며 “팀도 마찬가지다. 워낙 다 잘한다. 우리 팀만 더 노력하고 잘하면 되겠다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담담한 이유가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말에 뼈가 있다. 우승 의지는 강력하지만 앞서 나가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분명한 것은 ‘캐니언’ 우승 시계가 다시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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