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두 사람의 조합만으로도 설렌다. ‘먹을 텐데’의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의 투 샷은 보는 이에게 ‘어떤 맛집을 소개해 줄까’하는 돈독한 믿음을 준다. 특히 성시경이 수년간 공부 끝에 장착한 일본어로 전혀 무리 없이 소통하는 장면은 예능 프로그램 ‘미친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은 식당 소개를 넘어 근사한 로드무비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령 둘은 ‘휴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성시경은 “항상 생각하고 앉아서 작업하다 또 생각한다”고 말하자 마츠시게는 “종일 쉬기로 마음먹는 날도 별로 없죠”라고 묻는다. 그러자 성시경은 “쉬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자, “그러다 빨리 죽는다”고 농을 건넨다.

그러자 성시경은 앞에 나온 치즈케이크를 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런 얘길 들어도 기분이 안 나쁘다. 이걸 먹고 있으니까”

그러자 마츠시게가 결혼 이야기를 꺼낸다. 성시경은 “결혼 안 해도 상관없다. 이렇게 맛있는 치즈케이크만 있으면 된다”고 웃어 보인다. 케이크를 잠시 음미하면서 “농후하다”고 말을 돌리자, 마츠시게가 “이야기가?”하고 반문하자 성시경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처럼 시종일관 하기애애한 건 성시경이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고독한 미식가’를 끊임없이 소환하며 “고로 상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언급하며 팬심을 나타낸 바 있다. 결국 한국 편을 촬영할 때 특별출연까지 했다. 자신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칭할 만한 이유가 있다.

‘미친 맛집’은 회당 러닝타임이 23분으로 무척 짧다. 가볍게 보고 즐기기에 좋은 예능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화려한 요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일 맛 교환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서브타이틀만큼이나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다.

두 사람 모두 맛집을 놓고 오랫동안 다뤄왔기에 이런 만남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둘을 붙여 맛집 예능을 해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좋았지만,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온 성시경의 꾸준함이 이런 결실을 만들어냈다.

“가수가 무슨 맛집이야”에서 “여기 성시경이 왔다 갔대”라며 미슐랭 못지않은 ‘맛집 인증’ 타이틀을 얻게 된 건 그런 선입견을 이겨내고 묵묵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온 덕분이다.

1, 2회는 일본 도쿄에서 촬영됐다. 번화가인 이케부쿠로 한 중국집에선 숨은 메뉴를, ‘고독한 미식가’에 나온 한 맛집에선 ‘찜닭 파간장’이라는 색다른 음식으로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걸어온 고독한 길이 한일 양국이 음식으로 교감하는 색다른 예능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으로 넘어오면 어떤 맛집으로 향할까. 벌써 문전성시를 이룰 광경이 눈에 선하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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