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평균 구속 138㎞.

KBO리그에서 뛰는 투수치고 빠른 구속이 아니다. 아마추어 고등학생들도 시속 150㎞가 넘는 와중에 프로에서 140㎞가 채 안 되는 공을 뿌리고도 KBO리그 역사를 세웠다. 그가 세운 19.2이닝은 데뷔전부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KBO리그 데뷔 이후 최장 이닝 무실점 신기록이다. 키움 투수 김인범(24)이 히어로즈를 넘어 KBO리그 42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2019년 넥센(現키움) 2차 4라운드로 입단한 김인범은 지난 2021년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이래로 지난 21일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많은 경기에 등판한 것은 아니지만, 김인범은 19.2이닝을 무실점으로 끌고 오며 2002년 조용준(당시 현대)이 달성한 18이닝을 넘어선 KBO리그 데뷔전 이래 역대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21년 8월29일 LG전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이 기록은 지난 26일 삼성전에서 5회에 깨졌다. 이날 5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던 김인범은 삼성 김지찬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데뷔 이래 첫 실점했다.

아쉬웠던 순간. 그 스스로도 아쉽다 했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과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인범은 전날을 돌아보며 “팀의 연패를 끊나 싶었는데, 실점을 하게 되며 대등했던 경기 분위기가 상대팀으로 넘어가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인범은 신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한 타자, 한 타자만 집중해서 던지다 보니 기록이 세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두산전(5이닝 무실점)에선 상대 1선발 라울 알칸타라와, 지난 26일 삼성전(5이닝 1실점)에선 삼성 에이스 원태인과 맞붙어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인범은 “TV에서만 보던 에이스 투수들과 붙었다고 기죽고 그런 건 없었다. 내가 할 것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자신있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도 올 시즌 7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0.59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공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제구를 잡는 데 집중하고, 타자와 타이밍 싸움도 많이 생각했다”며 호투 비결을 밝혔다.

김인범은 속구, 슬라이더, 포크, 투심을 골고루 던지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지난 26일 삼성전에서 2회초 류지혁과 김영웅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는 과정에서도 코너웍을 찌르는 예리한 제구와 적절한 볼배합으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구속의 한계를 딛고 자신만의 길을 찾은 영리한 투수인 것이다.

김인범의 목표는 프로 첫 승이다. 프로에 입단한 뒤 10경기 나가 아직 승리가 없는 김인범은 “첫 승을 꼭 하고 싶다. 어제 1패했으니 다음엔 이기겠다”며 웃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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