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지금까지 이 정도 민심이 거센 적은 없었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후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다. 축구계, 체육계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정치계 인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점이다. 대구 홍준표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주 조건을 위반했으니 위약금 달라고 하지도 못하겠다”며 “위약금 문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책임지고, 이참에 화상전화로 해임 통보하라”라고 촉구했다. 또 “미국 간 김에 제발 돌아오지 말라. 감독 자질도 안 되면서 한국 축구만 골병들게 하지 말고, 생각할수록 괘씸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인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 국토교통부 원희룡 전 장관도 클린스만 감독에 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인이 사정을 잘 모르는 축구계 일에 왈가왈부하는 게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국회의원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언급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정치인만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연예계에서 스피커 역할을 하는 스타도 의견을 개진한다. 임원 회의가 열린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축구 팬의 클린스만 감독 경질 항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그만큼 클린스만 감독 해임, 혹은 경질 이슈가 축구계와 체육계를 넘어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이슈로 떠오른 적은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축구대표팀이 국내에서 인기가 많고 관심받는 건 사실이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빅리거의 활약 속 대표팀의 인지도와 대중성은 상승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과거보다 크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중의 관심에 걸맞은 품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임 후 줄곧 잦은 외유와 K리그 외면, 능력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 끝에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펼쳤다. 그렇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허탈하게 막을 내렸다.
대회를 마친 후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는 더 가관이다.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성장했다”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심지어 대한축구협회에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않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경기 후 승자를 축하하는 매너는 갖추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조직과 나라에는 무례하다. 민심이 나락으로 향한 가장 큰 원인이다.
이대로면 클린스만 감독은 한 달 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엄청난 야유를 받을 게 분명하다. 그보다 대표팀의 부진이 월드컵 예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본선에 간다고 해도 아시안컵에서 보인 경기력으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운명 공동체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신이 직접 ‘픽’해 데려온 인물이 클린스만 감독이다. 정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승부조작 사면 사건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은 정 회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줄 알았는데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로 더 심하게 손가락질받고 있다. 한국 축구를 향한 시선이 이토록 부정적일 때는 없었다. 정 회장이 뼈아프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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