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직 우리은행 직원과 공범인 동생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으며, 우리은행 횡령사고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의 횡령금 회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년에 걸쳐 발생한 횡령이고, 자산 소재 파악 불투명, 은닉 가능성으로 미뤄보아 우리은행의 횡령금 회수는 녹록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형제가 횡령금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리고, 고위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등 추가 범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액 회수 가능성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의 700억원대 횡령 금액의 회수율은 단 1.2%에 불과하다.

알다시피 은행의 생명은 신뢰다. 그런데 고객이 믿고 맡긴 돈을 은행이 안전하게 지키지 못하고 회수조차 제대로 못 한다면, 그 신뢰는 이미 깨진 것과 다름없다.

◇ 장기간 진행된 횡령…횡령액 전액, 회수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우리은행에서 70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직원 전모씨(45)와 동생(43)에게 각각 징역 15년,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공범 서모 씨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원심보다 형량을 늘린 2심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 기관에 자수한 점, 동종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지만, 엄중한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씨 형제에게서 1인당 332억700만여원씩 추징하되, 이 중 50억4000여만원은 공동으로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횡령한 돈을 건네받은 서 씨에게서도 약 14억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전씨는 우리은행에서 일하던 2012년 3월∼2022년 2월 은행 자금 총 707억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돈을 인출한 근거를 마련하려고 문서를 위조하고, 동생과 공모해 횡령금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린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수년에 걸친 횡령이고, 재산이 남아 있지 않거나 은닉 재산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관측했다. 잇따른 폐단으로 얼룩진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에 이어 이제는 ‘횡령금 회수’라는 난관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 우리은행 “횡령액, 형사 재판 통해 회수할 것”

횡령 금액 회수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재판 결과, 판결문 등을 검토해 피해액 환수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며 “형사재판을 통해 환수할 것이고, 현재 형사재판 진행 중으로 추징 선고가 확정되면 이를 통해 회수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회수율이 미비하지만, 현재 형사재판을 통해 진행하는 만큼 무작정 회수 건에 개입할 수 없다고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결국 우리은행은 재판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는 것. 법적으로 일견 타당하나 사회 통념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은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18년 한차례를 빼놓고 매년 횡령 사고가 터지고 있다. 지난해 비수도권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약 9000만원가량을 횡령했고, 서울 한 지점 직원은 3월부터 8월까지 고객 공과금 약 5200만원을 횡령했다. 또 지난해 12월 필리핀 현지법인에서도 20억원의 자금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다수의 금융사고를 잇달아 발생시켰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내부통제 시스템작동을 통한 선제적 발견으로 추가 피해를 막고 횡령액은 회수했다는 입장이다.

◇ 금감원 “우리은행, 지속해 감시할 것”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대해 “사고자에 대한 재산 조사, 가압류 등의 채권 보전 조치는 은행 쪽에서 먼저 하게 된다”며 “그 이후에 검찰로 진행되며, 주로 검찰 내부 범죄수익 환수부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회수액과 관련해선 “우리은행 700억 횡령 건은 워낙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진 건이다”며 “보통 횡령 사건이 일어나고 단기간 내에 적발이 되면 회수율이 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오래되면 찾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은 “우리은행 내 설치된 여신관리부를 통해 지속해 모니터링 하겠다”며 “최근 횡령 사건이 좀 이어지다 보니 금융당국 또한 우리은행 측에 지속해 주의해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허술한 감시망과 솜방망이 처벌에 논란도 일고 있다.

금감원은 일부 내부통제에 책임이 있는 우리은행 임원에 대부분 주의·견책으로 그친 바 있으며, 지난 12일 금감원이 공개한 우리은행 종합검사 및 수시검사 제재내용에 따르면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위반,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기관경고와 8억7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감원도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과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안에 대해선 좀 더 엄정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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