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기다릴 가치는 충분하다. 선발진 두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최상의 시나리오를 미리 포기할 수는 없다. 한화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의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규정상 문제는 없다. 현재 빅리그에서 류현진의 신분은 FA다.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맺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끝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0개 구단, KBO리그에서는 한화와 협상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류현진은 몇차례 자신이 마지막으로 입는 유니폼은 한화가 될 것으로 예고했다. 빅리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다음 행선지는 한화라고 약속한 바 있다. 2013년 포스팅으로 태평양을 건넜기 때문에 한국 복귀시 유니폼은 한화로 확정된 상태다.

그런데 빅리그 상황이 평소와 다르다. 투수가 매우 귀하며 스토브리그 진행이 더디다.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0일에나 유니폼이 확정됐다. 즉 이제 겨우 FA 시장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코디 벨린저 등 오타니 다음으로 가치가 높은 선수들의 계약이 진행될 것이다. 류현진을 향한 빅리그 구단의 오퍼 또한 그만큼 늦어질 전망이다.

이 부분이 한화 구단에 변수로 작용했다. 애초 한화는 류현진 영입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전후로 봤다. 지난 4일부터 시작한 윈터미팅이 끝나면 류현진 영입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윈터미팅 종료 후에 오타니 계약이 성사됐다. 이제 겨우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화 손혁 단장은 12일 “류현진 선수 관련해서는 기다린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윈터미팅 시작 후 좀 빨리 진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타니 선수부터 계약이 늦어지지 않았나. 현재는 언제 류현진 선수의 거취가 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을 향한 빅리그 구단의 수요는 충분할 전망이다. 투수 품귀 현상으로 인해 사실상 빅리그 30개 팀 모두가 투수 영입을 계획한다. 선발 투수가 특히 그렇다. 카일 깁슨, 랜스 린, 웨이드 마일리처럼 류현진과 비슷한 나이대의 베테랑 선발 투수들이 하나둘 계약을 체결한다. 세 투수 모두 1년 단기 계약이지만 연봉 1000만 달러 내외다. 단기 계약이라고 해도 KBO리그 연봉과는 차이가 크다. 류현진에게도 오퍼가 오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류현진과 연결 고리는 유지한다. 손 단장은 “원래 계약 외적으로도 겨울에 한두 번씩 만나곤 했다. 가끔 문자나 전화하는 사이라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농담으로 ‘메이저리그랑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나?’라고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도 함께 바라본다. 한화는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 우투수 펠릭스 페냐와 2024시즌 계약을 마쳤다. 새 외국인 야수로 페라자를 선택했고 페냐와는 3년째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투수 한 자리가 남았는데 이전보다 기량 외적인 부분도 집중해서 바라볼 계획이다.

손 단장은 “이번에는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선수를 바라보려 한다. 건강 문제 혹은 가정 문제 등도 다 챙기면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면서 “물론 시장에 투수가 없기 때문에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늦게 영입할 경우 비자를 받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캠프 합류가 늦어진다. 너무 늦게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 정규시즌 개막에 돌입하면 한화 선발 원투 펀치는 페냐와 문동주가 된다. 그런데 류현진 영입에 성공하고 페냐 이상의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면 선발진은 대폭 향상된다. 리그 최강 선발진 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움직인다.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차이가 큰 만큼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 파크에서 마지막 시즌을 그냥 보낼 수도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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