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장강훈기자] 호주 교포 이민지(27·하나금융그룹)가 부모의 나라에서 드디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민지는 22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636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이민지의 LPGA투어 통산 10승째이자 국내에서 거둔 첫 번째 우승이다.

이민지는 “부모님의 고향이자 내 뿌리인 한국은 가장 우승하고 싶은 곳이었다. 부모님의 고향에서 통산 10승을 달성했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라며 “연장 가는 길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좋았다. 그래서 더 특별한 우승”이라고 말했다.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이민지는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였다. 앨리슨 리(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아타야 티띠꾼(태국) 등 각국 선수들이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이민지는 후반에만 버디 3개를 보태 리더보드 상단을 지켰다.

2015년 LPGA 퀄리파잉 스쿨에서 공동 1위에 올랐던 앨리슨 리(28)가 전반에 3타를 줄여 맹추격했고, 후반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1위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18번홀(파4·353야드)에서 시작한 1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6피트(약 1.82m)가량 붙인 뒤 버디를 낚아 우승했다.

앨리슨 리는 2012년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민지에 1홀차로 패배한 지 11년 만에 열린 리턴매치에서도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달 크로거퀸시티 챔피언십에서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첫 승리를 따낸 이민지는 한 달 만에 2승을 수확하고 상금 150만달러를 돌파(155만2475달러)했다. 호주 국적으로는 캐리 웹(41승), 얀 스테븐슨(16승)에 이어 세 번째로 LPGA투어 10승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이민지는 “10승이라는 숫자를 이정표로 세운 건 아니다. 물론 매번 우승 경쟁하는 게 선수로서 목표이고, 10승 했다는 건 그동안 노력에 대한 결실이자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람 있는 숫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직 세계랭킹 1위를 못 했다. 골프는 워낙 예측불허이지만, 골프 할 수 있을 때 세계랭킹 1위를 꼭 하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2019년부터 LPGA투어로 편입한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대회로 장하나가 초대 우승한 이래 고진영(2021년), 리디아 고(2022년)에 이어 이민지가 트로피를 들어 올려 한국계에게 ‘약속의 무대’로 입지를 굳혔다.

이민지와 앨리슨 리, 리디아 고 등 교포 선수가 1~3위를 차지했고, 이정은6와 신지애가 12언더파 276타 공동 5위로 한국인 선수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신지은도 11언더파 277타 공동 10위로 톱10입성에 성공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마추어 선수 박서진(16)은 3타를 더 줄여 9언더파 278타를 적었다. 김효주, 박성현, 유해란 등 LPGA투어 스타와 공동 16위를 차지해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