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중학교 때 사람을 때리고 돈을 뺏는 행동을 저지른 애가 고등학교에 올라왔다고 180도 변하지 않는다. 분명 질이 좋지 않은 행동이나 티가 났을 거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 어라는 누구에게도 나쁘게 행동한 적이 없는 친구다.”

배우 김히어라가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교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김히어라는 사건과 자신이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친구들과 무리 지어 어울리던 김히어라는 자신의 삶을 되짚었다고 했다. 그리고 3학년 2학기 때부턴 모범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듬해 김히어라가 진학한 곳은 원주 소재 B여고 연기과다. 비교적 소도시였던 원주에 처음으로 예체능계열의 전공이 생겼고, 연기에 관심 있던 김히어라는 이곳에 진학했다. 예민하고 불안했던 중학교 시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사춘기를 떼고 성인으로 나아가기 전 고교시절은 김히어라의 주장처럼 모범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고등학교 1학년 B여고 연기과에서 김히어라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동창생 A가 16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A는 김히어라의 주장처럼,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평범하면서도 모범적인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내 주위 아무도 ‘빅OO’ 몰라”

A에 따르면, 연기라는 주제로 뭉친 B여고 연기과 친구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쭉 같이 올라갔다고 한다. 대부분 친했고, 사이가 나쁜 친구가 거의 없었다고 공언했다. 김히어라는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다가갔던 친구였다는 게 A의 전언이다.

A는 “이번에 폭로가 나고 저도 (김히)어라의 비행을 생각해봤다. 아무리 쥐어짜도 나쁜 점이 하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과는 하나밖에 없어서 반이 나뉘지 않았다. 3년 동안 같이 지내기도 했고, 연기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친구가 다 착했다. 어라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필명으로 글을 쓴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덜 어울리는 편이었다. 그런 친구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갔던 게 어라”라고 회상했다.

A는 원주 소재 중학교를 다닌 친구는 아니다. 고등학교 때 B여고로 진학해 원주에 발을 들인 것. ‘빅OO’가 원주 내에서 상당히 파급력이 있는 것으로 비치지만, A는 이번에 처음 ‘빅OO’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A는 “당시 원주가 아니더라도 중학교 때 온라인 카페 만들어서 노는 게 유행이었다. 이번에 ‘빅OO’도 처음 들었다.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에게도 소신 발언, 놀리면 얼굴 빨개지던 애”

연기과다 보니 선생님과도 친분이 깊은 편이다. 일반적인 수업과는 형태가 달라 유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김히어라는 외모도 튀었을 뿐 아니라 연기력도 뛰어나 선생님들로부터 늘 예쁨을 받았다고 했다.

“어라는 연기도 발레도 잘했다”고 말한 A는 “한 번은 선생님께서 역할 분배를 조금 불공평하게 했다. 그때 어라가 나서서 소신 발언을 했던 게 기억난다. 오히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타입”이라고 전했다.

A가 기억하는 김히어라의 에피소드는 이 정도 뿐이다.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봤지만, 워낙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던 터라 딱히 에피소드랄 게 없다고 했다.

A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럴 수 있는데, 사실 에피소드가 없다. 평범한 학생이 무슨 에피소드가 그렇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라는 소위 나대는 친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의 정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엇갈린다. 폭력을 저지른 것만으로 학교 폭력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속적인 괴롭힘과 심각한 폭력이 동반해야만 학교 폭력으로 인식하는 이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히어라는 학교 폭력과 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A는 “제가 본 어라는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도,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시비를 걸거나, 말을 거칠게 한 적이 없었다. 늘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줬다. 아주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늘 미소로 상대를 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정폭이 크지가 않았다. 그래서 싸울 일도 없었다. 비교적 덜 친한 연출과 친구들은 ‘어라는 하얗다고 놀리면 얼굴 시뻘게지는 애 아니었어?’로 기억한다. 애들이 놀려도 버럭하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힘들고 어렵게 바닥부터 올라온 어라, 응원해 줬으면”

A가 기억하는 김히어라는 소신있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친구라는 것. 연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 연극과 뮤지컬 앙상블 등에서 경험을 쌓고 내공을 키운 친구라고 했다.

A는 “어라가 이천에 있는 작은 대학교로 진학했다. 거기서 연기를 잘해서 주인공도 많이 맡았다. 친구들이 초대를 받아 작품을 보기도 했다. 상경해서는 돈이 많지 않아 옥탑방에서도 오래 지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명 시절이 길어져서 ‘예능에라도 나가봐’라고 했지만, 어라는 정통 연기자의 길을 밟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자기 방식으로 경험을 쌓고, 이제 겨우 이름이 알려져서 응원하려는 찰나에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며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열심히 소신있게 살아온 친구다. 이런 친구를 많은 분이 응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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