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예전에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류현진(36)이 처음 빅리그 무대에 오른 2013년까지만 해도 당해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기록한 선발 투수는 80명이었다. 선발 투수라면 6이닝은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류현진 또한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총 192이닝을 기록했다.

이제는 아니다. 모든 감독이 선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상대 타선과 세 번째로 마주하는 5, 6회가 늘 난제로 다가온다. 투구수 또한 100개 내외로 철저히 제한한다. 그만큼 중간 투수의 비중이 커졌고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를 찾기 어려워졌다.

평균 이닝만 봐도 그렇다. 10년 전 80명이었던 평균 6이닝 이상 선발 투수가 작년에는 25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11명,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9명. 풀타임 기준 최근 3시즌 평균이 약 22명에 불과하다. 지난 13일(한국시간) 기준으로 올시즌 평균 6이닝 이상 선발 투수는 18명뿐이다.

그래서 지난 13일 텍사스전 류현진의 6이닝 투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계를 과거로 돌리면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날 류현진은 82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5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했다.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일 볼티모어전 4실점 이후 가장 많은 점수를 허용했으나 올해 첫 6이닝 투구. 더불어 2022년 5월 21일 신시내티전 이후 480일 만에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였다.

선발 투수들이 기를 못 펴는 시대인데 류현진은 자신만의 아트 피칭으로 가치를 증명한다. 강속구 기준이 100마일이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류현진은 최고 구속 90마일로도 타자들을 잡는다. 13일 텍사스전에서 류현진은 포심 최고 구속 90.6마일(약 145.8km), 커브 최소 구속 62.5마일(약 100.5km)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과 최소 구속 차이가 45km에 달하는데 최소 구속을 찍은 커브로 스탠딩 삼진을 만들었다.

포심 최고 구속이 90마일 이상이면 된다. 류현진에게는 그렇다. 구속이 이 정도만 나와도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그리고 간간이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까지 다채롭게 조화를 이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팔꿈치 수술 재활 시즌에도 빅리그를 대표하는 피네스 피처로서 가치를 이어가는 류현진이다.

더불어 지금 모습이라면 올겨울 FA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은 짧아도 윈나우 팀에 즉시전력감으로 적합하다. 올시즌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은 4.48(지난 13일 기준). 이 또한 2013년 4.01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2019년 4.5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 고전이 지속적임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의 빅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은 3.25. 올시즌은 표본이 8경기에 불과하지만 2.93으로 수준급이다. 기량을 유지한 상태로 KBO리그 복귀를 약속했는데 최소 1, 2년은 더 빅리그에서 수준급 선발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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