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목동=배우근기자] ‘양정의숙’으로 1905년 개교한 서울 양정고는 ‘베를린의 영웅’ 손기정의 모교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 현재 럭비·농구·육상부가 활약하고 있다. 특히 1930년에 창단한 럭비는 고교최강이다. 배재고와 함께 우리나라 럭비의 화수분이다. 우수 선수는 럭비부가 있는 고려대, 연세대 등으로 진학한다.

전통의 강호답게 양정고 럭비부는 올해 춘계리그 우승에 이어 전국종별 럭비선수권까지 연속 제패하며 위용을 뽐냈다.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우승을 차지한 양정고를 비롯해 모든 참가팀을 격려하며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럭비의 진수를 선보인 선수단에 감사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양정고 임한수 감독은 연속대회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후반기 전국대회와 양배전(양정-배재고) 우승까지 노린다. 양 감독은 양정고 출신으로 연세대와 포스코이앤씨 럭비단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은퇴후 모교에서 코치를 거쳐 현재 감독 겸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임 감독은 교육철학으로 학생 선수들에게 ‘순수’를 강조한다. 파워풀한 럭비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임 감독은 “순수한 럭비를 강조한다. 건방 떨지 않고 멋 부리지 않는게 양정의 럭비”라고 설명했다. 신체접촉이 많은 럭비는 종목특성상 정신력이 승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정신력의 바탕에 순수한 희생, 협동이 핵심가치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럭비인이 흘리는 땀에 비해, 그 인기는 미비하다. 양배전과 고연전이 그나마 알려졌지만, 대부분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다. 럭비 종주국 영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선 인기종목이나 국내 인지도는 낮다.

임 감독이 아쉬워하는 지점이다. 그래서일까. 임 감독은 럭비 매력을 한참 설명했다. 그는 “럭비를 알게 되면 축구는 시시해서 못 본다”라고까지 했다.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럭비와 축구는 종합격투기와 권투의 차이와 같다”라며 방싯했다. 럭비 외길 인생의 진담이다.

더구나 럭비는 교육적 효과도 높다. 임 감독은 “일본에서 럭비 인기가 높은 건 교육과 연결된다. 럭비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공동체 의식에 최적화된 종목이다. 키와 덩치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역할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대회 MVP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임 감독은 “모두가 MVP”라고 밝혔다.

다만 단점도 있다. 우선 경기규칙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또한 신체접촉이 빈번한 만큼 경기 흐름이 끊기며 재미가 반감된다. 그러나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게 바로 럭비의 매력이다. 우려하는 것과 달리 부상 위험도 적다.

임 감독은 “축구보다 안전하다. 배우면서 몸을 방어하는 능력이 생긴다”라며 럭비 전도사답게 그 매력을 거듭 설파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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