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한 소년은 잊지 않았다. 바다 건너 한국까지 왔다. SSG 추신수(41)를 보기 위해서다.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 특별한 팬이 방문했다. 미국에서 온 유소년 팬 일라이자 권(14, 한국명 권율)이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 추신수를 만났다.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라이자 권은 LA 한인타운에서 8살에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투타 모두 재능을 보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뛰던 2017년, 일라이자는 미국의 한 식당에서 추신수를 만나게 됐다. 일라이자 아버지는 추신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추신수는 식사 중에 갑작스럽게 부탁받았음에도 선뜻 같이 사진을 찍었고, 글러브에 사인도 해줬다. 특히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고는 차에 있던 모자를 꺼내 선물했다.

우연이었고,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일라이자 권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동시에 동기부여가 됐다. 2021년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초등학생 유소년 홈런더비’에서 일라이자 권이 9개의 홈런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계 선수가 홈런왕이 된 것은 일라이자가 최초다.

올해 가을에는 LA 지역 명문 사립학교 야구부에 9학년(한국 학제로 중3)으로 입학하게 됐다. 이에 앞서 6월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다시 한번 그때 일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방문했다.

마침 추신수도 일라이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인천까지 와준 팬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같은 야구의 길을 걷는 후배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했고, 환영의 의미로 2022년 우승 기념 반지와 사인 모자 등 선물을 전달했다.

추신수는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많이 컸더라. 시간이 빠른 것 같다. 내 둘째 아들과 동갑이다.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야구장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일라이자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추신수 선수는 아직도 똑같은 모습이고, 몸이 더 커진 것 같다. 앞으로도 야구를 잘하라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야구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겠지만, 잘 극복해서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 추신수 선수가 특별한 인연으로 이렇게 만남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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